준강간 불능미수와 고의: 블랙아웃을 법원이 판단하는 기준
준강간 사건에서 법원은 세 가지를 순서대로 묻는다. 상대가 실제로 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였는가, 행위자가 그렇게 인식하고 이용했는가, 그 인식대로라면 준강간의 결과가 생길 위험이 있었는가. 셋이 모두 인정되면 준강간 기수이고, 첫째가 증명되지 않아도 둘째와 셋째가 인정되면 준강간 불능미수다. 법정형은 강간과 같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며 불능미수는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 기억을 잃은 블랙아웃만으로는 심신상실이 인정되지 않지만, 잠들거나 의식을 잃은 패싱아웃이었거나 저항할 능력이 크게 떨어져 있었다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에 해당한다.
목차
준강간 성립 요건과 형량: 형법 제299조와 3년 이상
준강간은 폭행이나 협박 없이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간음하는 범죄다. 근거는 형법 제299조(준강간, 준강제추행)이고, 형은 형법 제297조(강간)의 예에 따르므로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다.
개정 2012. 12. 18. · 현행 법률 제21450호 [시행 2026. 9. 13.]은 간첩죄 개정분이며 이 조문 문언은 동일 · 미수범은 제300조에 따라 처벌한다
준강간 성립 요건은 셋이다. 상대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을 것, 행위자가 그 상태를 이용해 간음할 것, 행위자에게 그 상태를 인식하고 이용한다는 고의가 있을 것. 셋이 모두 인정되면 기수이고, 간음에 이르지 못하면 형법 제300조(미수범)에 따라 미수로 처벌되며 형법 제25조(미수범) 제2항에 따라 형을 감경할 수 있다. 미수 가운데 상대가 처음부터 그 상태에 있지 않았던 경우가 이 글의 주제인 불능미수다.
심신상실과 항거불능의 뜻: 블랙아웃과 패싱아웃을 가르는 자료
심신상실은 정신기능의 장애로 성적 행위에 대한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없는 상태이고, 항거불능은 그 밖의 원인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다. 대법원은 잠들거나 술·약물로 의식을 잃은 경우는 물론, 의식이 남아 있어도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었다면 여기에 해당한다고 본다.
18세 피해자가 한 시간 사이에 소주 두 병가량을 마시고 구토한 뒤 처음 만난 28세 피고인과 모텔에 간 준강제추행 사건이다. 항소심은 피해자가 계단으로 걸어 올라가고 이름을 말할 수 있었다는 CCTV와 목격자 진술을 들어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블랙아웃은 기억형성의 실패이고 패싱아웃은 의식상실이라고 구별한 뒤, 걸을 수 있었다는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심신상실이 아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파기했다.
환송 뒤 수원지방법원 2021노822 판결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돼 확정됐다. 대법원이 든 판단 자료는 음주량과 속도, 경과 시간, 평소 주량, CCTV와 목격자가 본 언동, 두 사람의 관계와 만난 경위, 피고인 진술의 합리성, 사건 뒤 두 사람의 반응이다.
법원은 기억이 없다는 사실에서 의식이 있었다고 추론하지 않고, 반대로 그 사실에서 심신상실을 추론하지도 않는다. 대법원이 나눈 세 상태는 아래와 같다.
| 상대의 상태 | 내용 | 준강간의 요건 판단 | 주로 쓰이는 자료 |
|---|---|---|---|
| 알코올 블랙아웃 | 의식과 행동은 유지됐으나 기억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 | 이것만으로는 심신상실이 인정되기 어렵다 | 스스로 걷고 대화한 CCTV·메신저·결제 기록 |
| 패싱아웃 | 술에 취해 잠들거나 의식을 잃은 상태 | 심신상실에 해당한다 | 잠든 모습의 CCTV, 깨워도 반응이 없었다는 정황 |
| 행위통제능력의 현저한 저하 | 의식은 있으나 의사를 정하고 저항할 능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 | 항거불능에 해당한다 | 구토·쓰러짐, 붙들어 주어야 걸었던 정황 |
단순 블랙아웃으로 판단된 무죄 판례도 있다. 대구고등법원 2020. 10. 15. 선고 2020노164 판결은 두 사람이 손을 잡고 30분 이상 걸어서 모텔에 들어갔고 걸음걸이가 자연스러웠다는 CCTV를 근거로 피해자를 단순 블랙아웃 상태로 보고, 같은 이유로 피고인이 항거불능 상태를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유지했다. 어느 쪽이든 결론을 정한 것은 걸음걸이와 이동 경로가 찍힌 영상이었다.
준강간 고의: 행위자가 무엇을 인식해야 하는가
준강간 고의는 상대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다는 것과 그 상태를 이용해 간음한다는 결과 발생의 가능성을 인식하고, 그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다. 대법원 2018도16002 전원합의체 판결의 정의이며, 그럴 수도 있다고 인식하면서 상관없다고 여긴 미필적 고의로도 충분하다.
고의는 행위자의 진술로 정해지지 않는다. 대법원은 밖으로 드러난 행위의 형태와 상황을 기초로 일반인이 어떻게 평가할지를 고려해 고의를 추단한다. 2018도16002 사건에서 고의를 인정한 자료는 함께 술을 마신 경위와 각자 마신 양, 피해자가 주량을 넘게 마시고 안방에 들어가 누워 있던 상황, 범행 뒤 두 사람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였다. 2021도9043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이름을 몇 번 불러도, 벌린 입에 손가락을 넣어 보아도 피해자가 반응이 없었다는 사정이 고의의 근거가 됐다.
같은 자료가 두 요건을 함께 정한다. 상대가 스스로 걷고 대화한 기록은 항거불능을 부정하는 동시에 행위자가 그 상태를 인식하지 못했다는 근거가 된다. 그리고 고의가 부정되면 불능미수도 성립하지 않는다. 2018도16002 판결의 보충의견은 고의를 인정할 수 없으면 불능미수를 검토할 필요조차 없다고 적었다.
준강간 불능미수: 상대가 항거불능이 아니었어도 처벌되는 이유
준강간 불능미수는 행위자가 상대를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로 인식하고 그 상태를 이용할 의사로 간음했으나 상대가 실제로는 그 상태에 있지 않았던 경우에 성립한다. 근거는 형법 제27조(불능범)이고, 대법원은 2019년 전원합의체 판결로 이를 확정했다.
위험성은 행위자가 행위 당시 인식한 사정을 놓고 일반인이 객관적으로 판단해 결과 발생 가능성이 있는지로 정한다(대법원 2018도16002 전원합의체 판결)
피고인의 집에서 배우자와 피해자가 함께 술을 마신 뒤 배우자가 먼저 잠들고 피해자가 안방에 누운 상황에서 간음한 사건이다. 1심은 준강간 유죄로 징역 3년을 선고했으나, 항소심은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준강간을 무죄로 하고 예비적으로 추가된 불능미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실제로는 그 상태에 있지 않았다면 대상의 착오로 결과 발생이 처음부터 불가능한 경우이고, 피고인이 인식한 사정을 일반인이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위험성이 있었으므로 불능미수가 성립한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관여 대법관 13인 가운데 3인은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했다는 증명이 부족하면 무죄일 뿐 미수의 문제가 아니라는 반대의견을 냈다. 그러나 다수의견이 판례가 됐고, 이후 하급심과 대법원이 그대로 따르고 있다.
불능미수 성립을 인정한 다수의견과 반대의견 · 대법원 2018도16002 전원합의체
결과는 분명하다. 상대가 항거불능이었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더라도, 행위자가 상대를 그런 상태로 알고 간음했다면 무죄 대신 불능미수가 된다. 위험성은 행위자가 인식한 사정을 일반인이 객관적으로 판단하므로, 깨워도 반응이 없었다는 사정을 인식했다면 대체로 인정된다.
| 상대의 실제 상태 | 행위자의 인식 | 결론 | 형 |
|---|---|---|---|
| 심신상실·항거불능 | 그 상태를 인식하고 이용 | 준강간 기수 | 3년 이상 유기징역 |
| 심신상실·항거불능 | 인식했으나 간음에 이르지 못함 | 준강간 장애미수 | 3년 이상 · 감경 가능 |
| 그 상태가 아님(또는 증명 부족) | 그 상태로 인식하고 이용할 의사 | 준강간 불능미수 | 3년 이상 · 감경 또는 면제 가능(제27조) |
| 그 상태가 아님 | 그 상태로 인식하지 않음(고의 없음) | 준강간 무죄 | 다른 죄의 성립 여부는 별도 |
새벽 공영주차장의 승용차에서 잠든 것으로 보이는 피해자의 옷을 벗기고 간음하려다 촬영음에 깬 피해자가 항의해 미수에 그친 사건이다. 검사는 장애미수로 기소했고, 1심과 항소심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항거불능 상태로 인식하고 실행에 착수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실제로 항거불능 상태였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경우가 준강간 불능미수에 해당하므로 공소장이 변경되지 않았더라도 법원이 직권으로 인정했어야 한다며 파기환송했다.
환송 뒤 광주고등법원(제주) 2024노34 판결로 징역 1년 6월이 선고됐고 대법원 2024도13171 판결로 상고가 기각돼 확정됐다. 피의자 측 변론이 상대의 상태 하나에만 걸려 있으면 불능미수 유죄로 돌아온다는 뜻이다.
지금 어느 위치에 있는가와 화온이 먼저 보는 것
준강간 사건의 첫 판단은 상대가 어떤 상태였는지를 보여 주는 기록이 무엇이 남아 있는가다. CCTV와 결제 내역, 메신저는 시간이 지나면 지워지고, 그 기록이 상대의 상태와 행위자의 인식 두 요건을 한꺼번에 정한다.
준강간 사건에서 지금 어느 위치에 있는가
상대가 실제로 항거불능이 아니었다는 자료가 나와도 불능미수가 남는다. 다툴 것은 인식이며, 상대가 스스로 걷고 대화한 기록과 전후의 메시지를 먼저 모은다.
상대의 상태와 고의 두 가지를 모두 다툰다. 상대가 의사를 표시한 대화·행동의 기록과 사건 뒤 연락 내용을 조사 전에 확보한다.
기억이 없다는 사실만으로 심신상실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음주량·시간·경과를 결제 내역과 동석자 진술로 재구성하고, 당시 상태가 찍힌 영상을 보존한다.
화온이 준강간 사건을 맡은 날부터 먼저 하는 일은 두 사람의 상태가 남아 있는 기록을 시간순으로 놓는 것이다. 음주 시작부터 성관계 뒤 첫 연락까지를 결제 내역, CCTV 보존 요청, 메신저로 채운 뒤 그 기록으로 두 요건을 나누어 본다. 가장 자주 비어 있는 자료는 술집과 숙박업소의 CCTV다. 보존 기간이 짧아 첫 조사 전에 요청하지 않으면 사라지는데, 대법원이 든 판단 자료의 절반이 그 영상에 있다. 하지 않는 것은 기록을 보기 전에 ‘상대는 멀쩡했다’거나 ‘아무 기억이 없다’는 진술 방향을 정하는 일이다. 앞의 진술은 불능미수의 인식 요건을 스스로 채우고, 뒤의 진술은 블랙아웃으로 정리되기 때문이다.
고소당한 사람이 조사에서 상대가 많이 취해 있었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상대가 실제로는 멀쩡했다는 뜻이라도 그 진술은 상대를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로 인식했다는 근거가 되어 상대의 실제 상태와 무관하게 불능미수의 요건을 채운다.
준강간 사건에서 첫 조사 전에 확보할 것
- 음주 시작·종료 시각과 마신 양을 결제 내역·주문 기록·동석자 연락처로 특정한다
- 이동 경로의 CCTV(술집·거리·숙박업소·엘리베이터)를 보존 요청한다. 걸음걸이와 부축 여부가 찍힌다
- 성관계 전후의 메신저·통화 기록을 원본 그대로 보존한다. 삭제한 흔적은 불리하게 평가된다
- 사건 뒤 두 사람이 처음 연락한 시각과 내용을 정리한다
"준강간 사건은 상대가 얼마나 취했는지보다 그 상태가 어디에 찍혀 있는지로 결정된다. 우리는 의뢰인의 기억을 듣기 전에 결제 내역과 CCTV 보존 요청부터 보내고, 그 기록이 돌아온 뒤에 상대의 상태와 고의 두 요건을 나누어 본다. 기록 없이 정한 진술은 대개 기록이 뒤집는다."
천재필 · 법무법인 화온 대표변호사 (제57회 사법시험 수석)
준강간 고소 뒤 무혐의나 무죄가 나온 사람은 무고 고소를 검토하고, 신고한 사람이 역고소를 당하기도 한다. 그때 증명할 것은 이 글의 요건과 다르므로 성범죄 무고 입증에서 이어서 본다. 성범죄 사건의 수사 단계별 절차와 신상정보 등록은 성범죄 전담센터에 정리했다.
자주 묻는 질문
상대의 상태가 남아 있는 기록부터 함께 확인합니다
상담 문의하기법무법인 화온은 준강간 사건에서 심신상실·항거불능과 고의 두 요건을 같은 기록으로 나누어 보고, 첫 조사 전에 CCTV 보존 요청부터 보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