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증거 보전요청 제도란 무엇이고, 고소인과 피의자는 각각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가
압수가 아니라 지우지 말라는 요청이다
조사 통지를 받았거나 고소를 준비하는 쪽이라면 지금 확인할 것은 두 가지로 좁혀진다. 이 사건에서 다뤄질 전자정보가 어디에 보관돼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언제 만들어졌는지다. 그 둘만 잡히면 나머지는 조문을 따라가면 된다.
수사기관이 통신사나 포털이 가진 자료에 닿는 방법은 지금까지 둘뿐이었고 둘 다 법원의 판단을 먼저 거쳤다. 형사소송법 제215조(압수, 수색, 검증)의 압수수색영장과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범죄수사를 위한 통신사실 확인자료제공의 절차)의 통신사실 확인자료 요청이다. 문제는 시간이다. 영장을 받기까지 며칠이 걸리고, 그사이 서버의 보관 기간이 지나면 자료 자체가 없어진다.
그 간격을 메우려고 생긴 것이 형사소송법 제215조의2(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보전요청 등)다. 2025년 12월 30일에 신설됐고 부칙은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날부터 시행하도록 정했다. 검사가 정보통신망법 제2조 제1항 제3호의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특정 전자정보를 지우지 말라고 서면으로 요청하는 제도다.
여기서 오해가 갈린다. 보전요청은 자료를 가져가는 것이 아니다. 제공자가 갖고 있는 상태 그대로 묶어 두는 것이고, 수사기관은 그 자료를 볼 수 없다. 내용을 보려면 그다음에 영장을 따로 받아야 한다. 압수를 위한 준비 단계일 뿐이라는 점이 이 제도를 읽는 출발점이다.
조문이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부분에 한정하여」라고 못 박은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자정보를 다루는 우리 판례가 오래 다듬어 온 관련성 법리를 그대로 옮겨 놓은 표현이고, 이 한 구절이 뒤에서 다툼의 중심이 된다.
전자증거 보전요청은 요건 셋을 전부 충족해야 한다
전자증거 보전요청의 제1항 각 호는 세 요건을 나란히 적어 두고 「모두 충족하는 경우」라는 조건을 앞에 달았다. 하나라도 빠지면 요청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 요건 | 내용 | 다툴 수 있는 것 |
|---|---|---|
| 제1호 죄질 | 사형, 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정황 | 법정형이 그 아래인 죄명만 있는 사건 |
| 제2호 목적 | 압수수색검증 영장 청구나 통신사실 확인자료 요청을 위하여 필요 | 영장을 청구할 계획이 실제로 있었는지 |
| 제3호 긴급성 | 증거 멸실 우려 등으로 미리 영장이나 법원 허가를 받기 어려운 사정 | 영장을 받을 시간이 충분했던 정황 |
제1호가 실무에서 가장 먼저 걸린다. 모욕이나 명예훼손처럼 법정형이 3년에 못 미치는 죄명만으로는 보전요청을 할 수 없다. 고소를 준비하는 쪽에서는 죄명을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이 요건의 충족 여부를 그대로 정한다. 방어하는 쪽에서는 처음 입건된 죄명이 무엇이었는지가 실마리가 된다.
사법경찰관에게는 예외가 하나 열려 있다. 제2항은 검사에게 신청할 시간적 여유가 없으면 경찰이 직권으로 요청할 수 있게 하면서, 즉시 검사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승인을 받지 못하면 즉시 취소해야 한다고 정했다. 승인 여부와 그 시각이 기록에 남으므로 뒤에 절차를 다툴 때 확인해 볼 수 있다.
60일, 한 번의 연장, 그리고 두 번은 없다
기간과 횟수에 붙은 제한이 전자증거 보전요청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 주는 대목이다. 기본이 60일이고,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30일을 한 차례 더 붙일 수 있는데 연장에는 법원의 허가가 필요하다. 처음 요청에는 법원이 관여하지 않고 연장에만 관여하는 구조다.
더 중요한 것은 제4항이다. 같은 보전대상 전자정보에 대하여 재차 요청할 수 없다. 60일을 쓰고 연장까지 받으면 90일이고, 그 안에 영장을 받지 못하면 자료는 풀린다. 그 뒤처리는 제7항이 정해 두었다. 기간이 지나거나 취소 통지가 오면 제공자가 보전조치를 해제한다.
수사하는 쪽에서 보면 한 번뿐인 시계를 언제 켜느냐가 판단의 전부가 된다. 너무 일찍 켜면 영장 자료를 갖추기 전에 90일이 지나가고, 늦게 켜면 자료가 이미 지워져 있다. 방어하는 쪽에서 보면 그 시계가 언제 켜졌는지가 기록에 남아 있고, 90일이 지난 뒤에 같은 자료를 다시 묶을 방법은 없다.
그래서 고소를 대리할 때 우리는 보전요청을 서두르지 않는다. 영장 청구에 필요한 자료가 언제쯤 갖춰질지를 먼저 계산하고, 그 시점에서 90일을 거꾸로 세어 촉구할 날을 정한다. 시계를 일찍 켜면 자료가 갖춰지기 전에 기간이 끝나 버리고, 그때는 되돌릴 방법이 없다. 반대로 방어를 맡을 때는 같은 계산이 어긋난 흔적을 찾는다. 요청일과 영장 집행일의 간격이 90일에 가까울수록 수사기관이 시계를 먼저 켜 놓고 자료를 뒤늦게 모았다는 뜻이고, 그때 제3호의 긴급성이 흔들린다.
고소인이 할 일과 피의자가 할 일
같은 조문을 읽어도 고소하는 쪽과 조사를 받는 쪽이 해야 할 일은 정확히 반대 방향으로 갈린다. 앞쪽은 요청이 나가게 만드는 일이고, 뒤쪽은 나간 요청이 요건을 갖추었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 단계 | 고소인 측 | 피의자 측 |
|---|---|---|
| 죄명 | 장기 3년 이상 죄명이 성립하는지 먼저 검토한다 | 처음 입건 죄명이 3년 미만이면 제1호를 다툰다 |
| 긴급성 | 자료가 곧 지워질 사정을 고소장에 적는다 | 영장을 받을 시간이 있었던 정황을 찾는다 |
| 범위 | 보전할 정보를 계정과 기간으로 좁혀 특정한다 | 범위가 사건과 무관하게 넓지 않은지 본다 |
| 기간 | 90일 안에 영장 자료가 갖춰지도록 일정을 짠다 | 요청일과 영장 집행일 사이 간격을 잰다 |
| 기록 | 요청이 실제로 나갔는지 진행 상황을 확인한다 | 경찰 직권 요청이면 검사 승인 시각을 확인한다 |
지금 어느 쪽인가
죄명과 긴급성을 고소장 안에서 문단으로 나누어 적는다
담당 수사관에게 보전요청 필요성을 서면으로 낸다
확보된 자료의 생성 시점을 먼저 확인한다
영장 집행일과 자료 생성일의 간격을 잰다
사건을 받으면 어느 쪽을 대리하든 먼저 시점표를 그린다. 신고나 고소가 접수된 날, 영장이 집행된 날, 확보된 통신자료가 만들어진 날을 한 줄에 놓는다. 자료의 생성일이 영장 집행일보다 훨씬 앞서 있고 그 간격이 90일 안에 들어와 있으면 보전요청이 선행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때부터 요건 셋을 하나씩 검증한다.
다투는 지점은 결국 관련성 하나로 모인다. 바로 조문이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부분에 한정하여」라고 적어 둔 그 문구다. 우리 대법원은 전자정보의 관련성을 오래 다듬어 왔고, 그렇게 쌓인 법리가 이 구절을 읽는 기준이 된다.
두 결정은 압수에 관한 것이고 보전요청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조문이 관련성이라는 같은 언어를 쓰고 있고 보전이 압수의 준비 단계라는 점을 놓고 보면, 범위가 사건과 무관하게 넓게 잡힌 요청은 뒤에 이어지는 압수의 적법성까지 흔들 여지가 있다. 이 부분은 앞으로 법원이 채워 갈 몫이다.
그렇다고 관련성이나 참여권을 들기만 하면 대개 받아들여진다고 읽으면 곤란하다. 준항고는 기각되는 쪽이 훨씬 많다. 실무에서 값이 나가는 것은 오히려 무엇이 인정되지 않았는지다.
이 결정이 방어 측에 알려 주는 것은 다투는 순서다. 참여권을 문제 삼기 전에 반출 뒤의 선별 절차에 실제로 참여한 기록이 남아 있는지를 먼저 확인한다. 그 기록이 남아 있으면 참여권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어렵고, 그럴 때는 확보된 자료의 생성 시점과 영장 집행일의 간격으로 옮겨 가는 편이 낫다.
- 고소인이라면 상대방이 쓰는 서비스의 이름과 대화가 오간 기간. 범위를 좁혀야 요청이 나간다
- 피의자라면 받은 통지서와 증거목록. 자료의 생성 시점이 적혀 있는 경우가 많다
- 조사에서 제시된 자료의 형태. 화면 캡처인지 제공자가 회신한 원자료인지에 따라 경로가 갈린다
- 사건의 죄명과 그 법정형. 장기 3년이라는 문턱이 여기서 갈린다
"보전요청이 있었느냐를 먼저 묻지 않는다. 시점표부터 그린다. 접수일과 영장 집행일, 그리고 확보된 자료가 만들어진 날을 한 줄에 놓으면 대개 보인다. 고소장을 쓸 때는 요건 셋을 문단으로 나누어 적는다. 수사기관이 그대로 옮겨 쓸 수 있는 형태여야 요청이 실제로 나간다. 방어할 때는 같은 세 문단을 거꾸로 읽어 어느 요건이 비어 있는지 본다."
오정환 · 법무법인 화온 대표변호사
10월 2일에 요청 주체가 바뀐다
전자증거 보전요청 조문은 시행되자마자 한 번 더 바뀌도록 예정되어 있고 그 날짜가 2026년 10월 2일이다. 지금은 「검사는 직권 또는 사법경찰관의 신청에 의하여」 요청할 수 있는데, 그날부터는 「사법경찰관의 신청에 따라 검사는」으로 바뀐다. 검사가 스스로 판단해 요청하는 길이 닫히고 경찰의 신청이 앞에 놓인다. 연장 요청도 검사가 사법경찰관의 신청을 받아야 한다.
사건을 검찰이 직접 수사하는 구조에서 이 변화가 어떻게 작동할지는 시행 뒤에 드러날 것이다. 지금 단계에서 실무에 걸리는 것은 하나다. 요청이 언제 나갔느냐에 따라 적용 조문이 다르다. 10월 2일을 전후해 이루어진 요청은 주체 요건이 서로 다르므로, 기록을 볼 때 날짜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절차의 세부는 아직 열려 있다. 제9항이 요청과 취소 절차를 대통령령으로, 연장 허가 절차를 대법원규칙으로 정하도록 했다. 하위 법령이 정해지면 서면의 서식과 통보 방식이 구체화되고, 다툴 거리도 그만큼 늘어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