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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증거 보전요청 제도란 무엇이고, 고소인과 피의자는 각각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가

카카오톡 대화, 통신사 접속 기록, 클라우드에 올려 둔 사진. 수사가 시작되기 전에 지워지면 어느 쪽도 그것을 다시 볼 수 없다. 그런데 형사소송법에 조문 하나가 새로 생겼다. 전자증거 보전요청이라고 부르는 제도이고, 수사기관이 영장을 받기 전에 그 자료를 지우지 말라고 요청할 수 있게 한 규정이다. 고소한 쪽에는 인멸을 막는 수단이 생긴 것이고, 조사를 받는 쪽에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 계정이 묶일 수 있게 된 것이다.
핵심 요약
전자증거 보전요청은 압수가 아니라 「지우지 말라」는 요청이다. 검사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60일 범위에서 요청하고,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법원 허가를 받아 30일을 한 차례 늘린다. 요건이 셋이고 하나라도 빠지면 안 된다. 그리고 같은 자료를 대상으로 두 번 요청할 수 없다. 한편 대상자에게 알리는 규정은 없다.

압수가 아니라 지우지 말라는 요청이다

조사 통지를 받았거나 고소를 준비하는 쪽이라면 지금 확인할 것은 두 가지로 좁혀진다. 이 사건에서 다뤄질 전자정보가 어디에 보관돼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언제 만들어졌는지다. 그 둘만 잡히면 나머지는 조문을 따라가면 된다.

수사기관이 통신사나 포털이 가진 자료에 닿는 방법은 지금까지 둘뿐이었고 둘 다 법원의 판단을 먼저 거쳤다. 형사소송법 제215조(압수, 수색, 검증)의 압수수색영장과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범죄수사를 위한 통신사실 확인자료제공의 절차)의 통신사실 확인자료 요청이다. 문제는 시간이다. 영장을 받기까지 며칠이 걸리고, 그사이 서버의 보관 기간이 지나면 자료 자체가 없어진다.

그 간격을 메우려고 생긴 것이 형사소송법 제215조의2(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보전요청 등)다. 2025년 12월 30일에 신설됐고 부칙은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날부터 시행하도록 정했다. 검사가 정보통신망법 제2조 제1항 제3호의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특정 전자정보를 지우지 말라고 서면으로 요청하는 제도다.

여기서 오해가 갈린다. 보전요청은 자료를 가져가는 것이 아니다. 제공자가 갖고 있는 상태 그대로 묶어 두는 것이고, 수사기관은 그 자료를 볼 수 없다. 내용을 보려면 그다음에 영장을 따로 받아야 한다. 압수를 위한 준비 단계일 뿐이라는 점이 이 제도를 읽는 출발점이다.

형사소송법 제215조의2 제1항
검사는 다음 각 호의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에는 직권 또는 사법경찰관의 신청에 의하여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그가 소유하고 있는 전자문서 등 정보저장매체 등에 기억된 정보 중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부분에 한정하여 60일의 범위에서 보전할 것을 서면으로 요청할 수 있다.

조문이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부분에 한정하여」라고 못 박은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자정보를 다루는 우리 판례가 오래 다듬어 온 관련성 법리를 그대로 옮겨 놓은 표현이고, 이 한 구절이 뒤에서 다툼의 중심이 된다.

전자증거 보전요청은 요건 셋을 전부 충족해야 한다

전자증거 보전요청의 제1항 각 호는 세 요건을 나란히 적어 두고 「모두 충족하는 경우」라는 조건을 앞에 달았다. 하나라도 빠지면 요청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요건내용다툴 수 있는 것
제1호 죄질사형, 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정황법정형이 그 아래인 죄명만 있는 사건
제2호 목적압수수색검증 영장 청구나 통신사실 확인자료 요청을 위하여 필요영장을 청구할 계획이 실제로 있었는지
제3호 긴급성증거 멸실 우려 등으로 미리 영장이나 법원 허가를 받기 어려운 사정영장을 받을 시간이 충분했던 정황

제1호가 실무에서 가장 먼저 걸린다. 모욕이나 명예훼손처럼 법정형이 3년에 못 미치는 죄명만으로는 보전요청을 할 수 없다. 고소를 준비하는 쪽에서는 죄명을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이 요건의 충족 여부를 그대로 정한다. 방어하는 쪽에서는 처음 입건된 죄명이 무엇이었는지가 실마리가 된다.

사법경찰관에게는 예외가 하나 열려 있다. 제2항은 검사에게 신청할 시간적 여유가 없으면 경찰이 직권으로 요청할 수 있게 하면서, 즉시 검사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승인을 받지 못하면 즉시 취소해야 한다고 정했다. 승인 여부와 그 시각이 기록에 남으므로 뒤에 절차를 다툴 때 확인해 볼 수 있다.

60일, 한 번의 연장, 그리고 두 번은 없다

기간과 횟수에 붙은 제한이 전자증거 보전요청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 주는 대목이다. 기본이 60일이고,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30일을 한 차례 더 붙일 수 있는데 연장에는 법원의 허가가 필요하다. 처음 요청에는 법원이 관여하지 않고 연장에만 관여하는 구조다.

더 중요한 것은 제4항이다. 같은 보전대상 전자정보에 대하여 재차 요청할 수 없다. 60일을 쓰고 연장까지 받으면 90일이고, 그 안에 영장을 받지 못하면 자료는 풀린다. 그 뒤처리는 제7항이 정해 두었다. 기간이 지나거나 취소 통지가 오면 제공자가 보전조치를 해제한다.

수사하는 쪽에서 보면 한 번뿐인 시계를 언제 켜느냐가 판단의 전부가 된다. 너무 일찍 켜면 영장 자료를 갖추기 전에 90일이 지나가고, 늦게 켜면 자료가 이미 지워져 있다. 방어하는 쪽에서 보면 그 시계가 언제 켜졌는지가 기록에 남아 있고, 90일이 지난 뒤에 같은 자료를 다시 묶을 방법은 없다.

그래서 고소를 대리할 때 우리는 보전요청을 서두르지 않는다. 영장 청구에 필요한 자료가 언제쯤 갖춰질지를 먼저 계산하고, 그 시점에서 90일을 거꾸로 세어 촉구할 날을 정한다. 시계를 일찍 켜면 자료가 갖춰지기 전에 기간이 끝나 버리고, 그때는 되돌릴 방법이 없다. 반대로 방어를 맡을 때는 같은 계산이 어긋난 흔적을 찾는다. 요청일과 영장 집행일의 간격이 90일에 가까울수록 수사기관이 시계를 먼저 켜 놓고 자료를 뒤늦게 모았다는 뜻이고, 그때 제3호의 긴급성이 흔들린다.

대상자에게 알리는 규정이 없다 제8항은 요청과 조치에 관여한 공무원과 제공자 직원에게 그 사실을 외부에 공개하거나 누설하지 말라고 정한다. 그 의무는 퇴직한 뒤에도 남는다. 반면 자기 계정이 보전됐다는 사실을 본인에게 알리는 절차는 조문에 없다. 그래서 대개는 영장이 집행되거나 조사를 받는 단계에 이르러서야 알게 된다. 「나는 통보받은 적이 없으니 없었다」고 넘길 수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고소인이 할 일과 피의자가 할 일

같은 조문을 읽어도 고소하는 쪽과 조사를 받는 쪽이 해야 할 일은 정확히 반대 방향으로 갈린다. 앞쪽은 요청이 나가게 만드는 일이고, 뒤쪽은 나간 요청이 요건을 갖추었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단계고소인 측피의자 측
죄명장기 3년 이상 죄명이 성립하는지 먼저 검토한다처음 입건 죄명이 3년 미만이면 제1호를 다툰다
긴급성자료가 곧 지워질 사정을 고소장에 적는다영장을 받을 시간이 있었던 정황을 찾는다
범위보전할 정보를 계정과 기간으로 좁혀 특정한다범위가 사건과 무관하게 넓지 않은지 본다
기간90일 안에 영장 자료가 갖춰지도록 일정을 짠다요청일과 영장 집행일 사이 간격을 잰다
기록요청이 실제로 나갔는지 진행 상황을 확인한다경찰 직권 요청이면 검사 승인 시각을 확인한다

지금 어느 쪽인가

고소 준비 중

죄명과 긴급성을 고소장 안에서 문단으로 나누어 적는다

고소 접수 뒤

담당 수사관에게 보전요청 필요성을 서면으로 낸다

조사 통지를 받았다

확보된 자료의 생성 시점을 먼저 확인한다

증거목록을 받았다

영장 집행일과 자료 생성일의 간격을 잰다

사건을 받으면 어느 쪽을 대리하든 먼저 시점표를 그린다. 신고나 고소가 접수된 날, 영장이 집행된 날, 확보된 통신자료가 만들어진 날을 한 줄에 놓는다. 자료의 생성일이 영장 집행일보다 훨씬 앞서 있고 그 간격이 90일 안에 들어와 있으면 보전요청이 선행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때부터 요건 셋을 하나씩 검증한다.

다투는 지점은 결국 관련성 하나로 모인다. 바로 조문이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부분에 한정하여」라고 적어 둔 그 문구다. 우리 대법원은 전자정보의 관련성을 오래 다듬어 왔고, 그렇게 쌓인 법리가 이 구절을 읽는 기준이 된다.

대법원 2015. 7. 16.자 2011모1839 전원합의체 결정
저장매체를 수사기관 사무실로 반출한 뒤 혐의사실 관련성에 대한 구분 없이 임의로 저장된 전자정보를 출력하거나 복제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영장주의에 반하는 위법한 압수라고 보았다.
형사소송법 제121조(영장집행과 당사자의 참여)가 정한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지 않은 채 이루어진 탐색·복제·출력은, 결과적으로 혐의사실과 관련된 정보만 뽑았더라도 마찬가지로 위법하다고 했다. 절차가 결과를 정당화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대법원 2021. 11. 18. 선고 2016도348 전원합의체 판결
임의제출로 전자정보를 압수할 때 대상과 범위가 분명하지 않으면, 압수의 동기가 된 범죄혐의사실과 관련되고 이를 증명할 최소한의 가치가 있는 전자정보에 한하여 압수 대상이 된다고 판시했다.
관련성의 기준을 구체적ㆍ개별적 연관관계로 정했고, 피의자가 아닌 제3자가 제출한 경우에는 더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전요청의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부분」도 같은 기준으로 읽힌다.

두 결정은 압수에 관한 것이고 보전요청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조문이 관련성이라는 같은 언어를 쓰고 있고 보전이 압수의 준비 단계라는 점을 놓고 보면, 범위가 사건과 무관하게 넓게 잡힌 요청은 뒤에 이어지는 압수의 적법성까지 흔들 여지가 있다. 이 부분은 앞으로 법원이 채워 갈 몫이다.

그렇다고 관련성이나 참여권을 들기만 하면 대개 받아들여진다고 읽으면 곤란하다. 준항고는 기각되는 쪽이 훨씬 많다. 실무에서 값이 나가는 것은 오히려 무엇이 인정되지 않았는지다.

전주지방법원 2026. 6. 12.자 2026보3 결정
피의자가 아닌 사람들이 저장매체 원본 반출과 참여권 미보장을 이유로 압수처분 취소를 구했으나, 준항고는 모두 기각됐다.
현장에서 선별하기 어려웠던 사정, 원본이 단기간에 반환된 사정, 반출 뒤 선별ㆍ출력 절차에 피압수자가 실제로 참여한 사정을 들었다. 형사소송법 제219조(준용규정)가 준용하는 사본 교부 의무는 피의자가 아닌 사람에게는 미치지 않는다고도 판단했다.

이 결정이 방어 측에 알려 주는 것은 다투는 순서다. 참여권을 문제 삼기 전에 반출 뒤의 선별 절차에 실제로 참여한 기록이 남아 있는지를 먼저 확인한다. 그 기록이 남아 있으면 참여권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어렵고, 그럴 때는 확보된 자료의 생성 시점과 영장 집행일의 간격으로 옮겨 가는 편이 낫다.

상담 전에 챙기면 좋은 것
  • 고소인이라면 상대방이 쓰는 서비스의 이름과 대화가 오간 기간. 범위를 좁혀야 요청이 나간다
  • 피의자라면 받은 통지서와 증거목록. 자료의 생성 시점이 적혀 있는 경우가 많다
  • 조사에서 제시된 자료의 형태. 화면 캡처인지 제공자가 회신한 원자료인지에 따라 경로가 갈린다
  • 사건의 죄명과 그 법정형. 장기 3년이라는 문턱이 여기서 갈린다

"보전요청이 있었느냐를 먼저 묻지 않는다. 시점표부터 그린다. 접수일과 영장 집행일, 그리고 확보된 자료가 만들어진 날을 한 줄에 놓으면 대개 보인다. 고소장을 쓸 때는 요건 셋을 문단으로 나누어 적는다. 수사기관이 그대로 옮겨 쓸 수 있는 형태여야 요청이 실제로 나간다. 방어할 때는 같은 세 문단을 거꾸로 읽어 어느 요건이 비어 있는지 본다."

오정환 · 법무법인 화온 대표변호사

10월 2일에 요청 주체가 바뀐다

전자증거 보전요청 조문은 시행되자마자 한 번 더 바뀌도록 예정되어 있고 그 날짜가 2026년 10월 2일이다. 지금은 「검사는 직권 또는 사법경찰관의 신청에 의하여」 요청할 수 있는데, 그날부터는 「사법경찰관의 신청에 따라 검사는」으로 바뀐다. 검사가 스스로 판단해 요청하는 길이 닫히고 경찰의 신청이 앞에 놓인다. 연장 요청도 검사가 사법경찰관의 신청을 받아야 한다.

사건을 검찰이 직접 수사하는 구조에서 이 변화가 어떻게 작동할지는 시행 뒤에 드러날 것이다. 지금 단계에서 실무에 걸리는 것은 하나다. 요청이 언제 나갔느냐에 따라 적용 조문이 다르다. 10월 2일을 전후해 이루어진 요청은 주체 요건이 서로 다르므로, 기록을 볼 때 날짜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절차의 세부는 아직 열려 있다. 제9항이 요청과 취소 절차를 대통령령으로, 연장 허가 절차를 대법원규칙으로 정하도록 했다. 하위 법령이 정해지면 서면의 서식과 통보 방식이 구체화되고, 다툴 거리도 그만큼 늘어난다.

함께 읽기 배우자가 가진 비상장주식, 이혼 재산분할에서 어떻게 찾아내고 얼마로 평가하는가 국세청 자료를 법원의 제출명령으로 여는 절차를 다뤘다. 기관이 가진 자료에 닿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같은 계열이다. 함께 읽기 배우자가 숨긴 가상자산을 이혼 재산분할에서 찾아내는 법적 수단 거래소가 보관하는 기록을 여는 문을 정리했다. 사업자가 가진 전자정보를 다루는 민사 쪽 사례다.

자주 묻는 질문

보전요청이 들어가면 수사기관이 제 대화를 볼 수 있나요?
볼 수 없습니다. 보전요청은 제공자에게 자료를 지우지 말라고 하는 것이고, 그 내용을 수사기관에 넘기라는 것이 아닙니다. 내용을 보려면 그다음에 압수수색영장이나 통신사실 확인자료 요청 절차를 따로 밟아야 합니다.
제 계정이 보전됐다는 사실을 통보받게 되나요?
현재 조문에는 본인에게 통지하는 절차가 없습니다. 오히려 관여한 공무원과 제공자 직원에게 비밀유지 의무를 두고 있습니다. 대개는 영장이 집행되거나 조사 과정에서 자료가 제시될 때 알게 되므로, 조사 통지를 받으셨다면 그 자료가 언제 만들어진 것인지부터 확인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고소인이 직접 보전요청을 할 수 있나요?
할 수 없습니다. 요청 주체는 검사이고 사법경찰관은 신청하거나 긴급한 경우 직권으로 요청합니다. 고소인은 요건 셋이 드러나도록 고소장을 구성해 수사기관이 판단할 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 관여하게 됩니다.
모욕이나 명예훼손 사건에서도 보전요청이 가능한가요?
법정형이 장기 3년에 못 미치는 죄명만 있다면 제1호 요건을 채우지 못합니다. 다만 같은 사실관계에서 더 무거운 죄명이 함께 성립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죄명 구성을 먼저 검토하시는 것이 실질적인 순서입니다.
보전 기간이 지나면 자료는 어떻게 되나요?
기간 안에 영장이 집행되지 않거나 취소 통지가 오면 제공자는 보전조치를 해제합니다. 그 뒤에는 제공자의 원래 보관 정책에 따르게 되고, 같은 자료에 다시 보전을 요청할 수는 없습니다.
보전요청 절차에 잘못이 있으면 증거를 배제할 수 있나요?
아직 이 제도에 관한 판례가 없어 단정하기는 이릅니다. 다만 전자정보의 관련성과 참여권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들이 절차 위반을 엄격하게 다뤄 왔으므로, 요건과 범위에 문제가 있다면 뒤이은 압수의 적법성을 다투는 방식으로 접근하게 됩니다.
전자증거 보전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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