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적부심은 한 번뿐이다, 청구 시점과 보증금 조건부 석방
영장을 발부한 판사는 이 심사에 앉지 못한다
구속적부심을 넣을 실익은 형사소송법 제214조의2(체포와 구속의 적부심사) 제12항 한 줄에 들어 있다. 체포영장이나 구속영장을 발부한 법관은 제4항부터 제6항까지의 심문·조사·결정에 관여하지 못한다. 예외는 하나뿐이다. 같은 법원에서 심문·조사·결정을 할 판사가 그 법관밖에 없는 경우다.
영장실질심사에서 진 사건이 같은 판사에게 다시 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 여지는 실재한다. 다만 판단하는 사람이 바뀐다는 사실만으로 결론이 뒤집히지는 않으며, 자료가 그대로인데 판단만 달라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근거가 얇다.
심사 대상은 좁다. 구속적부심에서 법원이 보는 것은 체포 또는 구속이 적법하고 타당한지이며, 유무죄를 가리거나 수사 진행 상황을 보고받는 절차가 아니다. 수사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조사한 뒤 청구가 이유 있는지만 판단한다.
구속적부심을 청구할 수 있는 사람과, 심문을 열지 않고 기각되는 두 경우
구속적부심의 청구권자는 본인을 넘어 그를 대신할 수 있는 사람들까지 넓게 열려 있다. 체포되거나 구속된 피의자 본인 외에 변호인, 법정대리인,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나 가족, 동거인, 고용주가 각자 청구할 수 있다. 본인이 구금돼 있어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을 전제로 만들어진 목록이다.
체포 단계에서도 청구가 가능한지가 한때 다투어졌다. 대법원 1997. 8. 27.자 97모21 결정은 긴급체포된 피의자에게도 체포적부심사청구권이 있다고 보았다. 긴급체포는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에만 쓸 수 있는 예외적 수단인데, 영장 없이 붙잡힌 사람일수록 심사를 받을 필요가 크다는 판단이다.
다만 접수됐다고 해서 심문이 늘 열리지는 않는다. 법원은 두 경우에 심문 없이 결정으로 청구를 기각할 수 있다. 첫째는 청구권자가 아닌 사람이 청구했거나, 동일한 체포영장 또는 구속영장의 발부에 대하여 다시 청구한 경우다. 둘째는 공범이나 공동피의자의 순차청구가 수사 방해를 목적으로 하고 있음이 명백한 경우다.
앞의 것이 실무에서 더 자주 걸린다. 같은 영장에 대한 재청구는 심문 자체가 열리지 않을 수 있으므로, 적부심은 사실상 한 번이라고 보고 시점을 정해야 한다. 여기에 하나가 더 겹친다. 심문을 거치지 않은 기각 결정과 심문을 거친 결정 모두 항고할 수 없다. 기각되면 그 결정 자체를 다툴 길이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영장실질심사에서 진 직후 반사적으로 청구서를 넣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 판단하는 판사가 바뀌어도 자료가 같으면 같은 결론에 이를 가능성이 높고, 그 한 번을 소진하면 새 자료가 나온 뒤에 쓸 수단이 남지 않는다.
48시간이 어디서 흐르고 어디서 멈추는가
청구를 받은 법원은 청구서가 접수된 때부터 48시간 이내에 피의자를 심문하고 수사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조사해야 한다. 기산점은 체포 시각이 아니라 청구서 접수 시각이다. 체포 후 48시간과 이름이 같아 헷갈리기 쉬운 대목이다.
심사 청구 뒤에 공소가 제기되더라도 법원은 그대로 판단한다. 청구가 이유 없으면 결정으로 기각하고, 이유 있으면 결정으로 석방을 명한다. 검사와 변호인, 청구인은 심문기일에 출석해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
기간 계산에서 하나를 더 짚어야 한다. 법원이 수사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접수한 때부터 결정 후 검찰청에 반환된 때까지의 기간은 체포기간과 긴급체포 후 구속영장 청구기간에 넣지 않는다. 수사기관 쪽에서 보면 그만큼 시간이 되돌아온다.
심사 청구 뒤에 공소가 제기되면 기간 계산의 무게가 법원 단계로 옮겨 간다. 형사소송법 제92조(구속기간과 갱신)는 법원의 구속기간을 2개월로 정하고 심급마다 2차에 한해 갱신할 수 있게 한다. 상소심은 추가 심리가 필요한 사유가 있으면 3차까지 갱신할 수 있어, 한 심급에서 최장 8개월에 이른다.
보증금을 조건으로 한 석방
법원은 구속된 피의자에 대하여 출석을 보증할 만한 보증금의 납입을 조건으로 석방을 명할 수 있다. 심사 청구 후 공소가 제기된 사람도 포함된다. 기소 전에 이루어지는 보석이라 실무에서는 피의자 보석이라고 부른다.
여기에는 문언상 분명한 한계가 있다. 조문이 정한 대상은 구속된 피의자다. 대법원 1997. 8. 27.자 97모21 결정도 체포적부심사절차에서는 보증금 납입을 조건으로 한 석방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체포적부심을 청구하면서 보증금을 준비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
제외 사유도 둘뿐이지만 폭이 넓다. 범죄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때, 그리고 피해자나 사건의 재판에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 또는 그 친족의 생명·신체·재산에 해를 가하거나 가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때다. 두 사유 모두 실행이 아니라 염려를 기준으로 삼는다.
석방하면서 법원은 주거를 제한하거나, 법원 또는 검사가 지정하는 일시와 장소에 출석할 의무를 지우는 등 적당한 조건을 붙일 수 있다. 이 조건 조항은 지금도 다투어진다. 가장 최근인 2026년에도 전자장치 부착이 빠져 있다는 위헌소원이 제기됐고, 헌법재판소 2026. 6. 24. 선고 2024헌바458 전원재판부 결정은 이를 각하했다.
하나 더 갈린다. 기각 결정과 단순 석방 결정에는 항고할 수 없지만, 보증금 납입을 조건으로 한 석방 결정은 성질이 다르다. 위 97모21 결정은 이 결정에 대하여 항고할 수 있다고 보았다. 기소 후 보석 결정에 항고가 인정되는 것과 균형을 맞춘 판단이다.
"구속적부심에서 무엇을 받을지는 의뢰인이 고르지 못한다. 단순 석방이냐 보증금 조건부냐는 법원이 정한다. 그래서 의견서에 보증금을 낼 수 있다고 먼저 적는 것이 늘 유리하지는 않다. 그 한 줄이 법원에 조건부라는 갈래를 열어 준다. 기업형사 사건이라면 서버와 휴대전화가 이미 이미지로 확보됐는지가 그 갈림의 기준이 된다. 증거인멸 염려가 사후에 사라진 사건은 조건 없이 다툴 수 있다."
오정환 · 법무법인 화온 대표변호사
석방된 뒤가 더 위험할 수 있다
구속적부심으로 구금에서 벗어나는 길은 둘이고, 그 둘은 나온 뒤의 처지가 다르다. 그냥 석방되는 것과, 보증금을 내고 석방되는 것. 보증금이 붙은 쪽이 더 나은 결과처럼 보이지만 형사소송법 제214조의3(재체포 및 재구속의 제한)은 반대로 설계돼 있다.
| 비교 항목 | 단순 석방 | 보증금 조건부 석방 |
|---|---|---|
| 재체포·재구속 사유 | 2개 | 4개 |
| 어떤 사유인가 | 도망 또는 증거인멸을 실행한 때 | 도망한 때 / 도망하거나 증거인멸의 염려 / 출석요구 불응 / 조건 위반 |
| 기준 | 실행된 행위 | 염려와 불이행을 포함 |
| 재구속되면 | 보증금 문제가 없다 | 보증금 전부 또는 일부가 몰수될 수 있다 |
| 석방 결정에 대한 항고 | 할 수 없다 | 할 수 있다 |
단순 석방된 피의자는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하는 경우가 아니면 동일한 범죄사실로 다시 체포되거나 구속되지 않는다. 실제로 그 행위를 해야 문이 열린다. 보증금을 내고 석방된 피의자는 다르다. 도망한 때뿐 아니라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때, 출석요구를 받고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은 때, 주거 제한이나 그 밖에 법원이 정한 조건을 위반한 때에도 다시 구속될 수 있다.
여기에 형사소송법 제214조의4(보증금의 몰수)가 붙는다. 위 네 사유로 재차 구속될 때, 그리고 공소 제기 후 법원이 동일한 범죄사실로 재차 구속할 때, 법원은 직권이나 검사의 청구로 보증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몰수할 수 있다. 판결이 확정된 뒤 집행을 위한 소환을 받고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거나 도망한 때에는 몰수가 의무가 된다.
두 조항은 같은 해에 생기지 않았다. 재체포·재구속 제한은 1980년에 신설됐고, 보증금 몰수는 보증금 조건부 석방이 도입된 1995년에 함께 들어왔다. 석방 수단을 넓히면서 그 수단을 되돌리는 장치를 같이 만든 셈이다.
정리하면 보증금 조건부 석방은 신병과 돈을 함께 건 석방이다. 어느 쪽으로 나올지는 법원이 정하므로 피의자가 고르는 것이 아니지만, 무엇을 구하는지는 의견서에 적힌다. 조건이 붙어 나왔다면 지켜야 할 조건의 목록을 그때 문서로 확인해 둔다. 조건 위반은 네 번째 재구속 사유이면서 동시에 몰수 사유다.
재체포 제한이 실제로 다투어지기도 한다. 대법원 2018. 6. 28. 선고 2018도5971 판결은 이 조항이 정한 재구속 사유 제한에 관한 법리오해 주장을 배척하고 상고를 기각했다. 조항은 있으나 그 해석이 넉넉하지 않다는 뜻으로 읽어 두는 편이 안전하다.
- 구속영장이 발부된 날짜와 남은 구속기간
- 압수수색이 끝났는지, 압수목록을 받았는지
- 영장 심사 뒤에 새로 생긴 사정이 무엇인지
- 피해 회복이나 합의의 진행 정도
- 같은 영장으로 이미 구속적부심을 청구한 적이 있는지
- 보증금을 마련할 수 있는 범위와 그 출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