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가 숨긴 해외재산, 이혼 재산분할에서 어떻게 찾아내고 어디까지 집행하는가
해외로 나간 돈은 명세서 네 장에 남는다
국외에 재산을 둔 사람이 그 내역을 해마다 국세청에 적어 내도록 한 규정은 한곳에 모여 있다.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의 「해외자산의 신고 및 자료 제출」이라는 장이 그것이고, 재산의 형태에 따라 서류가 갈린다.
계좌는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제53조(해외금융계좌의 신고) 제1항이 맡는다. 부동산과 해외 법인 지분, 해외신탁은 같은 법 제58조(해외현지법인 등에 대한 자료 제출의무)가 항을 나누어 맡는다. 제1항이 해외직접투자명세등, 제2항이 해외부동산등명세, 제3항이 해외신탁명세다. 여기서 말하는 해외직접투자는 외국환거래법 제3조(정의) 제1항 제18호의 개념을 그대로 가져다 쓴다. 이름이 낯설 뿐 하는 일은 같다. 무엇을 어디에 얼마나 두고 있는지를 해마다 적어 내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다음이다. 국세청이 갖고 있다고 해서 누구나 볼 수 있는 자료는 아니다. 오히려 법은 이 자료를 특별히 봉해 두었고, 그 봉인을 여는 문이 하나 나 있다.
단서에 적힌 국세기본법 제81조의13(비밀 유지)은 법원의 제출명령이 있으면 과세정보를 내줄 수 있게 한 조문이다. 앞서 가상자산과 비상장주식을 다룬 두 편에서 국세청 자료를 열 때 쓴 것과 같은 조문이다. 재산의 종류가 바뀌어도 문은 하나다.
해외재산은 형태에 따라 갈린다
취득가액 2억원 이상이면 해외부동산등명세가 국세청에 있다. 과세정보 제출명령을 신청한다
잔액 5억원을 넘으면 신고 자료가 있다. 차명이어도 명의자와 실질적 소유자가 모두 신고 대상이다
해외직접투자명세등을 받고 현지 법인의 재무 상황까지 신청 범위에 적는다
출입국 기록 사실조회와 은행 제출명령을 같은 기일에 함께 낸다
5억원과 2억원, 해외재산의 문턱은 둘이다
해외재산의 신고 의무는 재산의 종류에 따라 서로 다른 금액에서 시작되고, 계좌와 부동산 사이의 거리가 특히 멀다. 계좌부터 보자. 제53조 제1항은 해당 연도의 매월 말일 가운데 어느 하루라도 해외금융계좌 잔액 합계가 대통령령으로 정한 금액을 넘으면 신고하도록 한다. 그 금액은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92조(해외금융계좌의 신고 등) 제3항이 5억원으로 정해 두었다. 신고 기간은 다음 해 6월 1일부터 30일까지다. 열두 달 중 단 하루만 넘겨도 걸리므로, 잔액을 평소에 낮게 유지하다가 한 번 크게 움직인 계좌가 오히려 잡힌다.
차명 계좌를 쓰면 어떻게 되는가. 제53조 제2항 제1호는 계좌의 명의자와 실질적 소유자가 다른 경우 그 명의자와 실질적 소유자를 모두 그 계좌를 보유한 것으로 본다. 같은 시행령 제6항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관련자가 계좌 잔액 전부를 각각 보유한 것으로 본다고 정한다. 지분을 나누어 계산해 문턱 아래로 내려가는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한 가지가 최근 달라졌다. 시행령 제92조 제1항이 2025년 2월 개정으로 가상자산사업자를 신고 대상 금융회사에 넣었다. 해외 거래소에 둔 코인도 해외금융계좌 신고 대상이 된 것이다. 국내 거래소를 여는 문과는 별개의 자료가 하나 더 생겼다.
부동산은 문턱이 다르다. 제58조 제2항은 외국에 있는 부동산이나 그에 관한 권리를 취득해 보유하거나 처분한 경우 자료를 내도록 하면서, 취득가액이 2억원 이상이면 취득과 투자운용, 처분 명세와 보유 현황을 모두 적게 한다. 취득가액이 2억원에 못 미쳐도 처분가액이 2억원 이상이면 처분 명세를 내야 한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판 경우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두 문턱을 걸어 둔 것이다. 제출 기한은 과세기간 종료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6개월이다.
해외신탁은 2023년에 신고 대상이 됐다
국외의 신탁에 재산을 넣어 두면 명의가 수탁자에게 넘어가고, 그 순간 실제 주인의 이름은 서류에서 사라진다. 찾기 어려우니 자산을 감추는 방법으로 오래 거론되어 왔다. 그 공백을 메운 것이 제58조 제3항이다. 2023년 12월 31일에 신설되어, 외국 법령에 따른 신탁 가운데 우리 신탁법상 신탁과 유사한 것을 설정한 거주자와 내국법인에게 해외신탁명세를 내도록 한다.
조문은 두 갈래를 나눈다. 위탁자가 해외신탁재산을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등 대통령령이 정한 요건을 채우면 신탁이 살아 있는 동안 과세기간마다 명세를 낸다. 그 요건에 미치지 못하는 신탁은 설정한 해에 한 번 내면 된다. 통제권을 쥔 채 이름만 옮겨 둔 경우를 계속 들여다보겠다는 설계다.
제도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실무에서 다루어진 예가 많지 않다. 그래도 상담에서는 물어볼 값어치가 있다. 배우자가 국외 자산관리 회사를 통해 무언가를 설정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면, 그 해의 명세가 국세청에 들어가 있을 수 있다.
송금 기록만으로는 재산 목록에 오르지 않는다
서류를 찾아내는 일과 그 재산을 실제로 나누어 받는 일은 서로 다른 문제이고, 법원은 뒤쪽에서 훨씬 엄격하다. 여기서부터가 이 글의 어려운 부분이다.
먼저 시점을 짚어 두자. 대법원 2000. 5. 2.자 2000스13 결정은 재판상 이혼을 전제로 한 재산분할에서 분할의 대상이 되는 재산과 그 액수를 이혼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정한다고 했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재산을 국외로 옮겨도 기준일이 뒤로 밀리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다만 그 날에 그 재산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일은 그대로 남는다.
판시를 실무의 말로 옮기면 이렇다. 계좌 내역을 떼어 「이만큼이 해외로 나갔다」고 주장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그 돈이 지금 어느 나라 어느 기관에 어떤 형태로 있는지, 그리고 판결을 받았을 때 그것을 집행할 수 있는지까지 이어져야 재산 목록의 한 줄이 된다. 국내에서라면 계좌 잔액 조회 한 번으로 끝나는 일이 국경을 넘으면 증명의 문제가 된다.
그래서 청구 형태를 먼저 정한다. 해외 재산이 나오면 현물로 나눌 수 있는지부터 보고, 나눌 수 없으면 가액으로 잡은 뒤 그 금액을 국내 재산에서 정산할 수 있는지를 센다. 국내에 붙일 재산이 남아 있으면 외국 법원까지 가지 않아도 되고, 남아 있지 않으면 그때부터는 소재지국의 절차를 알아보는 일이 된다. 우리 민사집행법 제26조(외국재판의 강제집행)가 외국 법원의 확정판결에 집행판결을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상대 나라도 우리 판결에 자기 나라의 절차를 요구한다. 집행 가능성이 청구 형태를 정하지, 그 반대가 아니다.
출국 기록과 송금 기록을 겹쳐 본 사건
해외재산의 존재를 실제로 증명해 낸 사건들에는 공통적으로 두 종류의 자료가 함께 들어가 있다. 재판에서 통한 조합이 있다는 뜻이다.
이 사건이 알려 주는 것은 수단의 조합이다. 은행 자료는 돈이 나간 사실까지만 알려 주고, 출입국 자료는 그 사람이 그 나라에 있었다는 사실까지만 알려 준다. 두 장을 겹치면 날짜가 맞물리고, 그때 비로소 상대방에게 설명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송금 내역만 들고 가지 않는다. 대신 출국 기록을 먼저 뗀다. 돈이 나간 날과 그 사람이 그 나라에 있던 날이 겹치면 곧바로 설명을 요구하고, 겹치지 않으면 다른 경로를 찾는다. 순서를 뒤집으면 상대방이 먼저 말을 맞출 시간을 갖는다.
- 배우자의 최근 3년 출국 기록에 대한 기억. 어느 나라에 얼마나 자주 갔는지만으로도 조회 범위가 좁아진다
- 국내 계좌에서 나간 큰 금액의 송금 내역. 받는 사람이 배우자 본인이 아니어도 그대로 가져오면 된다
- 배우자가 국외 자산을 언급한 대화. 나라 이름과 시기만 남아 있어도 명세를 특정하는 실마리가 된다
- 국내에 남아 있는 배우자 명의 재산의 목록. 정산으로 끝낼 수 있는 사안인지가 여기서 갈린다
"해외 재산 이야기가 나오면 현지 변호사를 먼저 찾지 않는다. 국내 계좌부터 열고 출입국 기록을 붙인다. 두 자료의 날짜가 맞물리는 곳을 찾은 다음에 과세정보를 신청한다. 그리고 청구서를 쓰기 전에 국내에 붙일 재산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를 계산한다. 받아 낼 방법이 정해져야 청구할 금액이 정해진다."
오정환 · 법무법인 화온 대표변호사
기간에도 끝이 있다. 민법 제839조의2(재산분할청구권)는 이혼한 날부터 2년이 지나면 청구권이 소멸한다고 정한다. 해외재산은 자료를 모으는 데만 여러 기일이 들고 회신이 늦는 일도 잦다. 다른 재산보다 이 2년이 빠듯하게 흐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