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대 중과실 교통사고: 종합보험과 합의로도 기소를 막지 못한다
교통사고 형사처벌은 세 단계로 갈린다. 12대 중과실에 해당하는가,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는가, 피해자가 중상해인가. 사람이 다친 사고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2항에 따라 반의사불벌죄이고 제4조에 따라 종합보험이 있으면 기소되지 않는다. 그러나 신호위반·중앙선 침범·제한속도 20km 초과·음주 등 12대 중과실 사고, 사고 후 도주, 피해자가 중상해인 사고는 보험과 합의가 있어도 기소된다. 12대 중과실은 위반 행위가 사고의 직접 원인일 때만 적용되므로, 위반이 있었다는 사실과 그 위반이 사고를 일으켰다는 사실은 따로 다툰다.
목차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의 구조: 반의사불벌과 종합보험 특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은 차의 운전자가 과실로 사람을 다치게 한 사고를 두 가지 특례로 처리한다. 첫째, 업무상과실치상은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여 기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다. 둘째, 종합보험이나 공제에 가입돼 있으면 피해자 의사와 관계없이 기소할 수 없다. 이 두 특례가 모두 빠지는 사고가 12대 중과실 사고이고, 12대 중과실이 아니어도 중상해와 사망 사고에는 종합보험 특례가 적용되지 않는다.
② 차의 교통으로 제1항의 죄 중 업무상과실치상죄 또는 중과실치상죄와 「도로교통법」 제151조의 죄를 범한 운전자에 대하여는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다만, (도주·음주측정 거부·음주측정방해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로 인하여 같은 죄를 범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4조 ① 교통사고를 일으킨 차가 (종합)보험 또는 공제에 가입된 경우에는 제3조제2항 본문에 규정된 죄를 범한 차의 운전자에 대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제3조제2항 단서에 해당하는 경우 2. 피해자가 신체의 상해로 인하여 생명에 대한 위험이 발생하거나 불구가 되거나 불치 또는 난치의 질병이 생긴 경우 3. 보험계약 또는 공제계약이 무효로 되거나 해지되거나 계약상의 면책 규정 등으로 인하여 보험금 지급의무가 없어진 경우
제3조 제2항 단서 2025. 1. 7. 개정(채혈 요청·동의 시 음주측정 거부 제외) · 괄호 안은 요약이며 각 호 원문은 아래 표에 정리했다
사망 사고는 처음부터 두 특례 어디에도 들어가지 않는다. 피의자 단계에서 종합보험을 이유로 종결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제3조 제2항은 치상죄만 반의사불벌로 정하고, 제4조 제1항은 제3조 제2항 본문의 죄만 종합보험 특례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망 사고는 12대 중과실 여부와 관계없이 기소되고, 합의는 양형에서만 반영된다.
12대 중과실 목록: 보험과 합의가 소용없는 열두 가지
12대 중과실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처벌의 특례) 제2항 단서 제1호부터 제12호까지의 행위로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를 말한다. 열두 가지는 법이 정한 목록이고, 목록에 없는 과실은 아무리 무거워도 12대 중과실이 아니다. 각 호가 인용하는 도로교통법 조문과 함께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 호 | 행위 | 근거(도로교통법) | 실무에서 다투는 사항 |
|---|---|---|---|
| 1 | 신호·지시 위반 | 제5조 | 위반이 사고의 직접 원인인가 |
| 2 | 중앙선 침범 · 횡단·유턴·후진 금지 위반 | 제13조 제3항 · 제62조 | 부득이한 사유가 있었는가 |
| 3 | 제한속도 시속 20km 초과 | 제17조 제1항·제2항 | 속도 측정의 근거(EDR·블랙박스) |
| 4 | 앞지르기 방법·금지 위반 · 끼어들기 금지 위반 | 제21조 · 제22조 · 제23조 · 제60조 제2항 | 앞지르기 중이었는가 |
| 5 | 철길건널목 통과방법 위반 | 제24조 | 일시정지 여부 |
| 6 | 횡단보도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 | 제27조 제1항 | 피해자가 보행자였는가 · 보행신호 |
| 7 | 무면허 운전 | 제43조 · 제96조 · 건설기계관리법 제26조 | 정지·취소 중 운전 포함 |
| 8 | 음주운전 · 약물운전 | 제44조 제1항 · 제45조 |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제44조 제4항) |
| 9 | 보도 침범 · 보도 횡단방법 위반 | 제13조 제1항·제2항 | 보도가 설치된 도로인가 |
| 10 | 승객 추락 방지의무 위반 | 제39조 제3항 | 문 개폐 상태 |
| 11 | 어린이 보호구역 안전의무 위반으로 어린이 상해 | 제12조 제3항·제1항 | 피해자 13세 미만 · 특가법 가중 병행 |
| 12 | 화물 낙하 방지조치 위반 | 제39조 제4항 | 적재 상태 |
목록 밖에 별도 사유가 둘 있다. 사고 뒤 구호 조치 없이 도주하거나 피해자를 옮겨 유기한 경우, 그리고 음주측정 요구에 따르지 않거나 측정을 방해한 경우다. 이 둘은 각 호에 들어 있지 않지만 같은 단서에 규정돼 있어 효과는 12대 중과실과 같다. 2025년 1월 7일 개정으로 운전자가 채혈 측정을 요청하거나 동의한 경우는 음주측정 거부에서 제외됐다. 제11호의 어린이 보호구역 사고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제5조의13(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어린이 치사상의 가중처벌)이 따로 적용돼, 상해는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의 벌금, 사망은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으로 법정형 자체가 올라간다.
위반이 있어도 사고의 직접 원인이 아니면 12대 중과실이 아니다
12대 중과실은 위반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적용되지 않고, 그 위반이 사고 발생의 직접 원인이 되었을 때 적용된다. 대법원이 신호위반 사고에서 정한 기준이고, 다른 호에도 같은 방식으로 적용된다. 그래서 신호위반 사고의 다툼은 신호를 어겼는가보다 그 위반 때문에 사고가 났는가에 모인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2항 제1호와 제4조 제1항 제1호의 ‘신호기에 의한 신호에 위반하여 운전한 경우’란 신호위반행위가 교통사고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경우를 말한다고 판시했다. 택시가 적색 등화에 정지선을 넘어 횡단보도에 진입한 뒤 녹색으로 바뀌자 교차로로 직진해 교차로를 거의 통과한 승용차와 충돌한 사안에서, 적색 등화에 정지선 직전에 정지했더라면 사고가 나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며 신호위반이 직접 원인이라고 보고, 공소를 기각한 원심을 파기했다.
이 판결은 두 방향으로 쓰인다. 신호위반이 있어도 사고와의 인과관계가 끊기면 종합보험 특례로 공소기각이 되고, 반대로 정지선을 넘은 뒤 신호가 바뀌었다는 사정은 인과관계를 끊지 못한다.
중앙선은 반대 방향 차로가 접하는 경계선이어서 운전자는 반대 차로의 차량이 그 선을 넘어오지 않을 것으로 신뢰하고 운행하므로, 부득이한 사유 없이 고의로 중앙선을 넘어 들어가 침범당한 차로 운전자의 신뢰에 어긋난 운행으로 사고를 일으켰다면 제3조 제2항 단서 제2호의 중앙선 침범 사고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부득이한 사유는 앞차의 급정거나 장애물 회피처럼 중앙선을 넘지 않고는 사고를 피할 수 없었던 사정을 말한다. 실무에서 졸음이나 전방주시 소홀로 넘은 경우는 부득이한 사유로 다루어지지 않는다.
화온이 12대 중과실 사고를 맡으면 진술서보다 먼저 보는 것은 블랙박스 영상과 사고 교차로의 신호 주기표, 그리고 EDR 기록이다. 신호위반과 속도 초과는 이 세 자료로 위반 여부와 인과관계가 함께 정해지고, 진술은 그 뒤에 자료에 맞춰 정리한다. 경찰 조사에서 위반 사실을 인정하는 진술이 먼저 나가면 인과관계를 다툴 여지가 함께 좁아지므로, 자료를 확보하기 전에는 위반 여부에 대한 진술을 미룬다.
종합보험 특례가 빠지는 세 경우: 12대 중과실·중상해·보험 면책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4조(보험 등에 가입된 경우의 특례)의 종합보험 특례는 세 경우에 적용되지 않는다. 12대 중과실 사고, 피해자가 중상해인 사고, 보험계약이 무효·해지되거나 면책 사유로 보험금 지급의무가 없어진 사고다. 이 가운데 중상해 예외는 2009년 2월 26일 헌법재판소가 종합보험 가입 시 중상해 사고까지 기소를 막던 구 제4조 제1항에 일부위헌 결정을 내린 뒤 신설됐다. 중상해는 형법 제258조(중상해, 존속중상해)의 중상해 개념과 같은 것으로, 생명에 대한 위험이 발생하거나 불구가 되거나 불치 또는 난치의 질병이 생긴 경우를 말한다.
종합보험에 가입된 운전자가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상)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제4조 제1항 단서 제2호의 중상해는 형법 제258조에서 정립된 개념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전제로 피해자의 상해가 생명에 대한 위험·불구·불치 또는 난치의 질병에 이르지 않는다고 보아 공소를 기각했다.
중상해 여부는 사고 직후의 진단명이 아니라 치료가 끝난 뒤의 후유장해로 판단된다. 검찰이 중상해로 보아 기소해도 공판에서 피고인 측이 장해 정도가 낮음을 확인시키면 공소기각이 된다.
보험 면책은 놓치기 쉬운 예외다. 무면허·음주 운전은 12대 중과실이면서 약관상 면책 사유이기도 하고, 보험료 미납으로 계약이 해지된 상태의 사고나 기명피보험자 한정 특약 밖의 운전자가 낸 사고도 특례에서 빠진다. 종합보험 특례를 받으려면 보험회사가 제4조 제2항의 취지를 적은 서면으로 가입 사실을 증명해야 하므로, 사고 뒤 보험회사에 그 서면 발급을 먼저 요청한다.
경찰 단계에서 종합보험 가입으로 종결될 것처럼 안내받은 사고가 피해자의 치료가 길어지면서 중상해로 재평가돼 기소되는 경우가 있다. 종합보험 특례는 피해자의 최종 상태에 걸려 있으므로, 사고 뒤 피해자의 치료 경과와 장해 진단 여부를 계속 확인해야 한다.
"12대 중과실 사건에서 우리가 첫 조사 전에 하는 일은 블랙박스와 신호 주기표를 겹쳐 보는 것이다. 신호를 어겼는가와 그 위반이 사고를 만들었는가는 다른 질문이고, 대법원은 두 번째 질문에 답이 있을 때만 12대 중과실로 본다."
오정환 · 법무법인 화온 대표변호사 (前 김앤장 법률사무소)
12대 중과실 사고에서 합의와 처벌불원서가 하는 일
12대 중과실 사고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어서 피해자의 처벌불원서가 있어도 공소기각이 되지 않고, 합의는 검사의 기소유예 판단과 법원의 양형에 반영된다. 반대로 12대 중과실이 아니고 종합보험도 없는 사고는 반의사불벌죄이므로, 형사소송법 제232조(고소의 취소) 제3항에 따라 제1심 선고 전에 처벌불원서가 접수되면 공소기각으로 끝난다. 같은 합의서가 사고 유형에 따라 다른 효과를 내는 셈이고, 처벌불원서의 요건과 시한은 처벌불원서·합의서 작성과 고소 취하의 효력에 정리했다.
12대 중과실 합의금은 형사조정이나 공탁과 함께 계산한다. 피해자가 합의를 거부하면 형사공탁으로 배상 의사를 남길 수 있지만, 공탁은 처벌불원을 대신하지 못하고 양형에서만 고려된다. 상해 정도가 가볍고 초범이며 합의가 된 신호위반 사고는 기소유예나 벌금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음주·무면허가 겹치거나 중상해면 합의가 있어도 정식 기소와 금고형이 선고된다. 음주가 겹친 사고의 처리 경로는 음주운전 사고, 벌금으로 끝나는 경우와 실형으로 가는 경우에 정리했다.
합의금부터 정하면 사건이 12대 중과실인지 아닌지를 보지 않은 채 액수를 정하게 된다. 12대 중과실이 아니면 종합보험으로 형사 사건이 끝나고 합의는 민사 배상의 문제만 남는다. 12대 중과실이라도 인과관계가 끊기면 같다. 그래서 해당 여부와 인과관계를 먼저 가른 뒤 합의의 시점과 조건을 정한다.
"공판에서 교특법 사건의 공소기각은 두 곳에서 나온다. 12대 중과실의 인과관계가 끊기거나, 중상해가 아니라고 확인될 때다. 둘 다 자료가 모인 뒤에야 정해지는 사실이어서, 수사 단계에서 서두른 자백이 공판에서 다툴 여지를 없앤다."
천재필 · 법무법인 화온 대표변호사 (제57회 사법시험 수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