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불원서·합의서 작성과 고소 취하의 효력: 번복 불가의 이유
처벌불원서 하나를 두고 법원은 네 가지를 확인한다. 누가 썼는가(피해자 본인, 의사능력이 있으면 미성년자도 단독), 어디에 냈는가(공소제기 전에는 수사기관, 후에는 그 사건의 법원), 언제 냈는가(제1심 판결 선고 전까지), 어떤 문장으로 썼는가(조건을 달지 않고 명백하게). 반의사불벌죄와 친고죄에서 이 네 가지를 갖춘 처벌불원서나 고소 취하는 공소기각으로 사건을 끝내고, 한 번 내면 되돌릴 수 없다. 그 밖의 죄에서는 사건을 끝내지 못하고 양형 자료가 된다. 합의서는 민사 계약이어서 당사자끼리 주고받은 것만으로는 어느 쪽 효력도 없다.
목차
처벌불원서와 합의서는 다른 서류다: 소송행위와 민사 계약
처벌불원서는 피해자가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히는 서류이고, 합의서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배상과 그 조건을 정하는 계약서다. 앞의 것은 형사절차에 대한 의사표시이고 뒤의 것은 사인 간의 약속이다. 실무에서 합의서 작성과 처벌불원서 작성을 한 장으로 끝내는 일이 많지만, 법원이 사건을 끝낼지 판단할 때 보는 것은 처벌불원의 의사표시가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도달했는가이지 합의금이 오갔는가가 아니다.
② 고소를 취소한 자는 다시 고소할 수 없다.
③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사건에서 처벌을 원하는 의사표시를 철회한 경우에도 제1항과 제2항을 준용한다.
제327조 다음 각 호의 경우에는 판결로써 공소기각의 선고를 하여야 한다.
5.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사건에서 고소가 취소되었을 때
6.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사건에서 처벌을 원하지 아니하는 의사표시를 하거나 처벌을 원하는 의사표시를 철회하였을 때
두 조문 모두 2020. 12. 8. 전문개정 · 제232조 ①②는 친고죄의 고소 취하, ③은 반의사불벌죄의 처벌불원에 같은 규칙을 적용한다
고소 취하와 처벌불원은 적용되는 죄가 다르다. 고소가 있어야 기소할 수 있는 친고죄에서는 고소를 취소하면 형사소송법 제327조(공소기각의 판결) 제5호로 공소가 기각되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기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에서는 처벌불원의 의사표시가 있으면 같은 조 제6호로 공소가 기각된다. 실무의 ‘고소 취하서’와 ‘처벌불원서’는 이 두 조문을 각각 근거로 하는 서류이고, 죄명이 확정되지 않았다면 두 문구를 함께 적는다. 형사소송법 제232조(고소의 취소) 제3항이 둘에 같은 시한과 같은 번복 금지를 적용하기 때문에, 이 글에서 처벌불원서에 대해 말하는 규칙은 고소 취하에도 그대로 통한다.
반의사불벌죄와 친고죄 목록: 처벌불원서가 사건을 끝내는 죄
처벌불원서가 공소기각으로 사건을 끝내는 것은 반의사불벌죄와 친고죄에 한한다. 죄명이 그 목록에 없으면 같은 서류는 양형 자료로만 쓰인다. 자주 문제되는 죄를 조문과 함께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 구분 | 죄명 | 근거 조문 | 처벌불원서·고소 취하의 효과 |
|---|---|---|---|
| 반의사불벌죄 | 폭행·존속폭행 | 형법 제260조 제3항 | 제1심 선고 전 처벌불원 → 공소기각(제327조 제6호) |
| 반의사불벌죄 | 협박·존속협박 | 형법 제283조 제3항 | 같음 |
| 반의사불벌죄 | 명예훼손·출판물 명예훼손 | 형법 제312조 제2항 | 같음 |
| 반의사불벌죄 | 정보통신망 명예훼손 |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3항 | 같음 · ‘구체적으로 밝힌 의사’라는 문언 |
| 반의사불벌죄 | 교통사고 업무상과실치상 |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2항 | 같음 · 신호위반 등 12개 예외와 도주·음주측정 거부는 제외 |
| 친고죄 | 모욕·사자명예훼손 | 형법 제312조 제1항 | 고소 취하 → 공소기각(제327조 제5호) · 고소기간 6개월 |
| 친고죄 | 친족 간 절도·사기·횡령 등 | 형법 제328조 제1항(2025. 12. 31. 개정) | 고소가 있어야 기소 · 취하하면 공소기각 |
| 해당 없음 | 성폭력범죄 전부 · 스토킹범죄 | 2013년 친고죄 폐지 · 스토킹처벌법 제18조 제3항 삭제(2023. 7. 11.) | 처벌불원서는 양형 자료 |
목록에서 눈여겨볼 것은 상해와 친족 간 재산범죄다. 폭행은 반의사불벌죄이지만 상해는 그렇지 않아서, 같은 행위가 진단서 한 장으로 상해죄가 되면 처벌불원서가 사건을 끝내지 못한다. 폭행과 상해에서 합의의 효과가 어떻게 갈리는지는 폭행 합의금과 전치 4주 진단서에 정리했다. 친족 간 재산범죄는 올해 규칙이 바뀌었다. 헌법재판소가 2024년 6월 형법 제328조 제1항의 형 면제 규정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뒤, 2025년 12월 31일 개정으로 친족이 저지른 절도·사기·횡령 등은 고소가 있어야 기소할 수 있는 친고죄가 됐고 형을 면제하던 조항은 삭제됐다. 부모나 형제를 고소했다가 취하하면 다시 고소할 수 없다는 제232조 제2항이 이제 이 죄에도 적용된다.
누가·어디에·언제·어떻게: 법원이 처벌불원서에서 확인하는 네 가지
처벌불원서가 효력을 가지려면 피해자 본인이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제1심 선고 전까지 조건을 달지 않은 명백한 문장으로 제출해야 한다. 이 네 요건 가운데 하나라도 빠지면 서류는 있어도 공소기각은 없다. 대법원은 그 기준을 두 판결로 정리했다.
고소의 취소나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의 철회는 수사기관 또는 법원에 대한 법률행위적 소송행위이므로, 공소제기 전에는 그 사건을 담당하는 수사기관에, 공소제기 후에는 그 사건의 수소법원에 대하여 이루어져야 한다고 판시했다. 명예훼손·모욕으로 기소된 뒤 피고인의 다른 사건 수사 과정에서 ‘이전의 모든 고소를 취소한다’는 합의서가 작성됐지만 그 합의서가 제1심 선고 전 법원에 제출됐다고 볼 자료가 없고 피해자가 법정에서 처벌을 원한다고 증언한 사안에서, 공소를 기각한 원심을 파기했다.
합의서에 ‘고소를 취소한다’고 적었어도 그 서류가 사건을 맡은 기관에 도달하지 않으면 없는 것과 같다. 다른 사건의 수사기관에 낸 것도 도달이 아니다.
반의사불벌죄에서 처벌을 희망하지 아니하는 의사표시 또는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의 철회는 피해자의 진실한 의사가 명백하고 믿을 수 있는 방법으로 표명되어야 한다고 판시하고, 공소제기 후 제1심 선고 전에 피해자의 처벌희망 의사표시가 유효하게 철회됐다고 보아 공소를 기각한 원심을 유지했다.
‘명백하고 믿을 수 있는 방법’이 요구되기 때문에 ‘선처를 바란다’나 ‘원만히 해결됐다’ 정도의 문장은 처벌불원으로 읽히지 않을 수 있다. 하급심은 ‘합의금이 완납되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조건부 문장도 처벌불원으로 인정하지 않았다(대전지방법원 2019. 5. 30. 선고 2018노3049 판결).
화온이 처벌불원서 문안을 볼 때 먼저 확인하는 것은 문장과 수신처이고, 금액은 그다음이다. 피의자를 특정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적은 문장이 조건을 달지 않고 들어 있는지, 사건번호와 담당 기관이 적혀 있는지, 피해자의 자필 서명과 신분증 사본이 붙어 있는지를 본다. 합의서와 처벌불원서를 한 장에 쓰더라도 처벌불원 문장은 배상 조항과 분리된 문단에 두고, 공소가 제기됐다면 검찰이 아니라 그 사건의 재판부에 낸다. 고소 사건이라면 ‘고소를 취소한다’는 문장을 함께 적어 친고죄와 반의사불벌죄 어느 쪽으로 죄명이 바뀌어도 서류가 유효하게 한다.
처벌불원서를 두고 지금 어느 위치에 있는가
쓰기 전에 죄명이 목록에 있는지부터 확인한다. 반의사불벌죄면 서류를 내는 순간 형사절차가 끝나고 되돌릴 수 없으므로, 합의금 수령과 서류 교부를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동시에 한다. 민사 청구를 남기려면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권은 유보한다’는 문장을 별도 조항으로 둔다.
서류의 수신처와 시점을 먼저 정한다. 수사 중이면 담당 경찰서나 검찰청, 기소됐다면 재판부다. 제1심 선고기일이 잡혔다면 그 전에 도달해야 하므로 우편 대신 직접 접수하고 접수증을 남긴다. 조건부 문장이 들어가지 않도록 문안을 확인한다.
반의사불벌죄와 친고죄에서는 되돌릴 수 없다. 다시 고소해도 제232조 제2항으로 각하되고, 처벌을 원한다고 다시 밝혀도 효력이 없다. 합의금이 지급되지 않았다면 민사로 합의금을 청구하는 방법만 남는다.
제1심 선고 전 한 번뿐이다: 항소심 제출과 번복이 무효인 이유
처벌불원서와 고소 취하는 제1심 판결 선고 전까지만 효력이 있고, 한 번 하면 되돌릴 수 없다. 형사소송법 제232조 제1항과 제2항이 정한 규칙이고, 제3항이 반의사불벌죄에 그대로 준용한다. 대법원은 항소심에서 낸 처벌불원서와 낸 뒤에 번복한 처벌불원서를 각각 무효로 판단했다.
형사소송법 제232조 제1항과 제3항에 따라 반의사불벌죄에서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는 제1심 판결 선고 전까지만 철회할 수 있으므로, 항소심에서 처벌불원의 의사를 밝힌 것은 효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제1심 법원에 재심을 청구해 재심개시결정이 내려졌다면 재심의 제1심 판결 선고 전까지 철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항소심의 합의는 공소기각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양형에 반영될 뿐이다. 헌법재판소는 2025. 2. 27. 2023헌바172 결정에서 이 시한 제한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고소를 취소한 사람은 다시 고소하지 못한다는 제232조의 법리는 반의사불벌죄의 처벌희망 의사표시 철회에도 적용되므로,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 의사가 명시적으로 표시된 뒤에는 그 의사표시를 철회하고 다시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를 표시하더라도 행위자를 벌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임금 체불 사건에서 근로자가 ‘원만히 합의되어 진정을 취하한다’는 진정취하서를 근로감독관에게 냈다가 다시 진정해 기소된 사안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했다.
처벌불원의 부존재는 법원이 직권으로 조사하는 소송조건이다. 피고인이 주장하지 않아도 기록에 처벌불원서가 있으면 법원은 공소기각을 해야 한다.
번복이 안 되는 규칙은 서류를 쓰는 피해자에게 더 큰 부담이 된다. 그래서 합의금을 받기 전에 처벌불원서를 먼저 건네면 상대가 돈을 주지 않아도 형사절차는 이미 끝나 있고, 남는 것은 민사 청구뿐이다. 피의자 쪽에서는 서류를 받는 즉시 담당 기관에 접수해야 하고, 접수 전이라면 피해자의 번복은 유효하다. 친고죄의 고소 취하에는 한 가지 규칙이 더 따라온다. 형사소송법 제233조(고소의 불가분)에 따라 공범 가운데 한 사람에 대한 고소 취하는 다른 공범에게도 효력이 있다. 이 조문은 친고죄에 한정된 규정이어서, 반의사불벌죄에서는 공범마다 처벌불원의 의사표시를 따로 확인한다.
피해자가 경찰 조사에서 ‘합의가 됐다’고 진술하고 조서에 남긴 것만으로는 처벌불원으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문장이 명백하게 들어가야 하고, 그 문장이 담긴 서류나 조서가 사건을 맡은 기관에 있어야 한다. 합의서 사본을 변호인이 보관하고 있는 상태로 제1심 선고를 맞으면 공소기각의 기회는 그대로 지나간다.
"처벌불원서는 받는 날이 아니라 접수하는 날 효력이 생긴다. 우리는 합의 당일 서류를 받으면 그날 안에 담당 기관에 접수하고 접수증을 의뢰인에게 보낸다. 며칠 사이에 피해자가 마음을 바꾸는 일은 드물지 않고, 접수 전이라면 그 서류는 아직 아무것도 아니다."
오정환 · 법무법인 화온 대표변호사 (前 김앤장 법률사무소)
미성년 피해자는 혼자 쓸 수 있고 성년후견인은 대신 쓸 수 없다
처벌불원의 의사표시는 피해자 본인만 할 수 있고, 의사능력이 있는 미성년자는 법정대리인의 동의 없이 단독으로 할 수 있다. 반대로 의식이 없는 피해자를 대신해 성년후견인이 처벌불원서를 쓰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대법원이 두 전원합의체 판결로 정한 경계다.
반의사불벌죄에서 피해자인 청소년에게 의사능력이 있는 이상 단독으로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 또는 처벌희망 의사표시의 철회를 할 수 있고,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했다. 피해자가 제1심 법정에서 처벌희망 의사표시를 철회할 당시 14세 10개월이었던 사안이다.
교통사고로 의식불명이 된 피해자의 성년후견인인 배우자가 합의금을 받고 제1심 선고 전에 피해자를 대리해 처벌불원의 의사를 표시한 사안에서, 반의사불벌죄의 처벌불원 의사는 피해자 본인의 일신전속적 의사이므로 법률에 대리 규정이 없는 이상 성년후견인이 대리할 수 없고, 형사소송법이 친고죄의 고소·고소취소와 반의사불벌죄의 처벌불원을 달리 규정한 이상 둘을 같게 취급할 수 없다고 판시하며 원심을 유지했다.
친고죄의 고소는 법정대리인이 독립해 할 수 있고 대리인을 통해서도 할 수 있지만, 반의사불벌죄의 처벌불원은 그 규정이 없다. 교통사고 피해자가 의식을 잃은 사건에서 가족과 합의해도 공소기각으로는 이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실무에서 미성년 피해자의 처벌불원서는 본인 자필에 부모의 확인을 더한다. 본인의 의사표시만으로 충분하지만, 의사능력과 진실한 의사를 나중에 다투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반의사불벌죄가 아닌 죄에서의 처벌불원서와 형사공탁의 한계
반의사불벌죄와 친고죄가 아닌 죄에서 처벌불원서는 사건을 끝내지 못하고 검사의 처분과 법원의 양형에 반영된다. 상해·사기·횡령·성범죄가 여기 속한다. 이때 합의는 기소유예의 판단 요소이자 감경 사유가 된다. 서류의 요건은 앞의 네 가지와 같다. 조건 없는 처벌불원 문장, 본인 서명, 사건을 맡은 기관 접수, 그리고 처분이나 선고 전이라는 시점이다. 기소유예와 선고유예의 차이는 기소유예·선고유예·집행유예 차이에 정리했다.
처벌불원서 양식은 법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 어떤 양식을 쓰든 아래 다섯 항목이 들어 있으면 된다. 한편 피해자가 합의를 거부할 때 쓰는 형사공탁은 처벌불원서를 대신하지 못한다. 공탁법 제5조의2(형사공탁의 특례)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을 때 사건이 계속 중인 법원 소재지 공탁소에 변제공탁을 할 수 있게 한 절차 규정이고, 공탁이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를 만들어 내지는 않는다. 반의사불벌죄에서 피해자가 공탁금을 찾아가더라도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명백한 의사표시가 따로 없으면 공소기각 사유가 되지 않고, 피해자가 수령을 거부하거나 처벌 의사를 밝히면 양형에서의 효과도 줄어든다.
피해자의 처벌불원은 접수 전까지는 의사에 그치고 접수 뒤에 소송행위가 된다. 합의 당일 서류를 받고 접수를 미루면 그 사이의 번복은 유효하고, 접수한 뒤의 번복은 무효다. 같은 이유로 피해자를 대리할 때는 합의금 입금 확인과 서류 교부를 한 번에 하고, 입금 전에는 서류를 건네지 않는다.
"공판에서 공소기각을 받은 사건의 기록에는 처벌불원서가 재판부에 접수된 날짜가 선고기일보다 앞에 찍혀 있다. 반대로 합의가 됐는데 유죄가 난 사건의 기록에는 합의서가 항소이유서에 붙어 있다. 같은 서류가 접수된 날짜 하나로 공소기각과 유죄를 가른다."
천재필 · 법무법인 화온 대표변호사 (제57회 사법시험 수석)
자주 묻는 질문
서류의 문장과 접수 시점부터 함께 확인합니다
상담 문의하기법무법인 화온은 피해자와 피의자의 사건을 각각 나누어 검토하며, 죄명이 목록에 있는지와 서류가 도달할 기관을 먼저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