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가 숨긴 가상자산을 이혼 재산분할에서 찾아내는 법적 수단
거래소를 여는 문은 은행과 다르다
배우자가 보유한 가상자산의 거래내역을 법원을 통해 확인할 때 근거가 되는 법률은 금융실명법이 아니다.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제4조(금융거래의 비밀보장)는 법원의 제출명령이 있으면 거래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하는데, 그 의무를 지는 대상은 같은 법 제2조 제1호가 열거한 금융회사다. 은행, 투자매매업자, 보험회사, 상호저축은행, 새마을금고, 체신관서까지 이름이 하나씩 적혀 있고 가상자산사업자는 그 목록에 없다.
그래서 거래소에는 다른 문을 쓴다. 민사소송법 제294조(조사의 촉탁)가 정한 사실조회다. 가사소송에도 그대로 준용된다.
조문에 「단체ㆍ개인」이 들어 있어서 거래소가 대상이 된다. 금융실명법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범위」라는 제약도 받지 않으므로 은행 계좌보다 폭넓게 물을 수 있다.
두 문이 한 사건에서 나란히 쓰인 예가 있다. 수원고등법원 2023. 3. 17. 선고 2021르12517 판결의 증거 목록에는 어느 회사에 대한 사실조회 회신 두 건과 다른 회사에 대한 금융거래정보회신 한 건이 함께 적혀 있다. 거래소에는 사실조회, 금융기관에는 제출명령을 넣은 것이다.
여는 방법이 사실조회 하나뿐인 것도 아니다. 수원고등법원 2025. 11. 5. 선고 2024르11577 판결에서는 거래소에 문서제출명령을 넣어 기준일 당시 종목별 보유수량을 소수점 아래까지 확인했다.
은행 거래내역이 어느 거래소를 물을지 정한다
거래소에 사실조회를 넣을 때 물어야 할 것은 현재 남아 있는 가상자산 잔고 하나가 아니다. 잔고만 받으면 이미 옮겨 놓은 가상자산이 기록에서 빠진다. 원화 입출금 내역, 가상자산 종목별 보유수량 변동, 외부 지갑으로 나간 전송 내역을 함께 물어야 하고, 셋 가운데 전송 내역이 가장 많이 누락된다.
실마리는 대개 은행에서 나온다. 그리고 이것은 요령이 아니다. 제도가 그렇게 만들어 둔 결과다. 특정금융정보법 제7조(신고) 제3항 제2호는 실명확인이 가능한 입출금 계정을 통해 금융거래를 하지 않는 가상자산사업자의 신고를 수리하지 않을 수 있게 한다. 그 계정은 같은 금융회사에 열린 거래소 계좌와 그 고객의 계좌 사이에서만 거래를 허용한다. 원화로 가상자산을 사고파는 한 본인 명의 은행계좌를 거치지 않을 수 없다는 뜻이고, 그래서 은행 거래내역에 자국이 남는다.
그래서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은 최근 3년에서 5년치를 함께 잡는다. 혼인 기간이 길고 매수 시점이 오래됐다면 짧게 끊는 순간 시작점을 놓친다. 송금처가 드러나면 그 거래소에 사실조회를 넣고, 흔적이 여러 곳으로 갈리면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원화마켓 거래소를 함께 건다.
외부로 옮긴 가상자산도 국내 구간에는 기록이 남는다. 특정금융정보법 제6조(적용범위 등) 제3항이 가상자산사업자에게 전신송금 시 정보제공 규정을 적용하도록 한 결과다. 실무에서 트래블룰이라 부르는 것이고, 국내 거래소에서 밖으로 보낸 내역에 받는 쪽 정보가 함께 남는다. 소명되지 않는 큰 금액의 출금은 그 자체로 은닉 주장의 근거가 된다.
배우자의 가상자산이 지금 어디에 있는가
사실조회 또는 문서제출명령으로 종목별 보유수량과 입출금 내역을 받는다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으로 송금처를 특정한 뒤 그 거래소에 사실조회를 넣는다
매도 시점과 매도가격을 확보한다. 금액이 그 값으로 고정된다
조회와 집행이 함께 어려워진다. 트래블룰이 남긴 전송 내역부터 잡는다
네 갈래 중 어느 것에 해당하는지는 은행 거래내역이 정해 준다. 거래소부터 열지 않는다.
| 자산이 있는 곳 | 여는 수단 | 근거 조문 |
|---|---|---|
| 은행ㆍ증권ㆍ보험 |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 | 금융실명법 제4조 제1항 제1호 |
|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 사실조회 촉탁 또는 문서제출명령 | 민사소송법 제294조 |
| 국세청 보유 자료 | 과세정보 제출명령 | 국세기본법 제81조의13 제1항 제3호 |
| 명의 재산 전반 | 재산명시 뒤 재산조회 | 가사소송법 제48조의2ㆍ제48조의3 |
| 이미 넘긴 재산 | 사해행위취소 | 민법 제839조의3 |
| 확인된 거래소 잔고 | 가압류로 묶는다 | 가사소송법 제63조 |
재산명시로 상대방에게 목록을 내게 하는 길도 있으나, 그 열거에 가상자산이라는 이름이 없어서 적을 의무가 있느냐를 두고 실랑이가 벌어진다. 목록을 기다리기보다 사실조회를 먼저 넣는 편이 빠르다.
표의 아래 세 줄은 가상자산에만 쓰는 수단이 아니다. 가사소송법 제48조의3(재산조회)과 민법 제839조의3(재산분할청구권 보전을 위한 사해행위취소권)은 부동산과 예금까지 함께 걸리는 수단이고, 그 절차는 아래 관련 글에 따로 정리해 두었다.
가상자산에는 날짜가 세 개 붙는다
가상자산의 가액은 하나의 날짜로 정해지지 않고 성격에 따라 서로 다른 세 날짜에 고정된다. 시세가 하루에도 오르내리니 어느 날을 잡느냐가 금액을 바꾼다. 법원은 이 문제를 하나의 날짜로 누르지 않고 성격에 따라 나눠 잡는다.
첫째, 수량을 세는 날이다. 분할 대상을 확정하는 시점에 가상자산을 몇 개 갖고 있었는지를 종목별로 센다. 이 날은 사건마다 달라서 혼인관계 파탄일로 잡은 판결도 있고 조정신청일로 잡은 판결도 있다. 어느 날로 잡느냐가 수량을 바꾼다. 둘째, 시세를 매기는 날이다. 그 수량에 곱할 단가는 변론이 끝나는 시점의 가상자산 시세로 잡는 예가 있다. 시세가 계속 움직이므로 선고에 가까운 시점 시세를 다시 내는 편이 안전하다. 셋째, 이미 판 것은 판 날이다. 소송 중에 매도했다면 그 매도가격이 그대로 금액이 된다. 세 날짜를 뒤섞으면 같은 가상자산이 두 번 계산되거나 통째로 빠진다.
다만 찾아냈다고 해서 전부 분할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수량이 확인되어도 그 가상자산에 값이 남아 있지 않으면 계산에서 빠진다. 거래가 끊긴 종목, 상장이 폐지된 종목이 그렇고, 10만 원에 못 미치는 재산도 실무상 덜어낸다. 조회 결과를 받은 다음 종목별로 값을 확인하는 일이 그래서 따로 필요하다.
이미 팔아 버렸다면 어떻게 되는가
이미 처분해 버린 가상자산이 곧 분할 대상에서 사라진 재산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급심 실무는 기준시점보다 재산이 줄어든 경우, 처분한 사람이 그 경위와 사용처를 대지 못하면 그 재산이 현존하는 것으로 추정해 분할 대상과 가액을 정한다. 어디로 갔는지까지 청구하는 쪽이 밝힐 일이 아니다.
이 추정이 가상자산에서 특히 크게 작동한다. 옮기기도 팔기도 쉬운 재산이어서 소송이 시작되고 나서 잔고가 줄어드는 일이 흔한데, 줄었다는 사실만 드러내면 그다음 설명 의무는 상대방에게 넘어간다.
"코인 사건에서 먼저 묻는 것은 코인 이름이 아니라 언제부터 따로 살았는지다. 그 날짜가 수량을 세는 날을 정하고, 그것이 정해져야 은행 거래내역에서 어느 거래소를 물을지 고를 수 있다. 순서를 뒤집으면 아무 데나 물어보다 시간을 쓴다. 그리고 잔고가 줄어 있으면 감추지 말고 먼저 드러낸다. 줄었다는 사실이 우리 쪽 부담이 아니라 상대방의 설명 의무가 되기 때문이다."
이보미 · 법무법인 화온 파트너변호사 (이혼·상속 전담)
외국 거래소와 개인 지갑의 한계
가상자산이 국내 거래소 밖으로 나가는 순간부터는 조회도 집행도 어려워진다. 국내에 신고된 가상자산 거래소는 법원의 촉탁에 응하지만, 바이낸스나 바이비트 같은 외국 거래소는 촉탁이 닿는 범위도 좁고 받아낸 뒤 집행하는 것도 별개의 문제다.
앞의 2021르12517 사건이 그 한계를 적어 두었다. 어느 거래소는 외국 거래소여서 거기 보관된 가상자산의 현물분할 강제집행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하면서, 현물로 넘기라고 명하는 대신 가액으로 계산하고 집행이 안 되면 시세로 환산한 돈을 지급하도록 정했다. 찾아내는 일과 가져오는 일이 여기서 갈린다.
해외로 옮긴 가상자산은 국세청 자료로 존재를 확인하는 길이 남는다. 국세기본법 제81조의13(비밀 유지)은 과세정보 제공을 원칙적으로 막으면서도 법원의 제출명령이 있으면 제공할 수 있게 하고, 해외금융계좌 신고 내역이 여기 들어간다.
확인이 끝나면 묶는 일이 남는다. 가사소송법 제63조(가압류, 가처분)는 가사소송사건을 본안으로 한 가압류를 허용하고, 제2항은 담보를 제공하게 하지 아니하고 할 수 있다고 정한다. 거래소 계정의 원화 잔고를 묶으면 판결 전에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다.
청구할 수 있는 기간에도 끝이 있다. 민법 제839조의2(재산분할청구권)는 이혼한 날부터 2년이 지나면 청구권이 소멸한다고 정한다. 이혼할 때는 몰랐던 가상자산을 나중에 알게 된 경우에도 이 2년이 먼저 흐르고, 가상자산은 존재를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재산이라 이 기간이 특히 빠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