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로 고소당했다면 - 차용금 사기 성립요건과 채무불이행의 경계
차용금 사기의 성립은 빌릴 당시의 변제 의사와 변제 능력으로 갈린다. 빌린 뒤에 갚지 못한 사정은 민사상 채무불이행이지 사기가 아니다. 대주가 차주의 자금 사정을 이미 알고 있었다면, 차용 당시 중요 사항에 관한 적극적인 거짓말이 따로 증명되지 않는 한 편취의 범의를 인정할 수 없다.
차용금 사기와 채무불이행은 어디에서 갈리는가
차용금 사기는 돈을 빌릴 당시에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으면서 있는 것처럼 속여 재물을 교부받은 경우에 성립한다. 반대로 빌릴 때는 갚을 생각과 여력이 있었는데 그 뒤 사정이 나빠져 변제하지 못한 것이라면, 남는 것은 대여금 반환 의무이지 형사책임이 아니다. 고소인 입장에서는 두 경우가 똑같이 보인다.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는 결과가 같기 때문이다.
사기죄 성립요건 중 기망행위와 편취의 범의가 이 구간에서 함께 판단된다. 그래서 차용금 사기 사건의 다툼은 거의 언제나 하나로 모인다. 돈이 오간 그 시점에 차주의 머릿속과 통장에 무엇이 있었는가.
차용 당시에 서는 세 개의 물음
차용금 사기의 첫 물음이다. 상환 계획을 세웠고 초기에 이자나 원금 일부를 넣었다면 변제 의사를 뒷받침한다.
빌릴 때 갚을 자력이 있었는가. 자력은 잔고에 더해 매출, 회수 예정 채권, 담보 가치까지 포함해 본다.
용도와 상환 재원을 어떻게 말했는가. 말한 용도와 실제 사용처가 어긋나면 기망 여부가 정면으로 문제 된다.
차용금 사기 조사에서 세 물음 중 하나라도 차용 당시를 기준으로 부정적으로 채워지면 수사기관은 편취의 범의를 의심한다. 반대로 세 물음이 모두 차용 시점의 자료로 채워지면, 이후의 변제 실패는 사기의 근거가 되지 못한다. 차용금 사기 방어의 실질은 이 세 칸을 차용 당시의 자료로 메우는 일이다. 차용금 사기 판단이 갈리는 곳도 결국 이 세 칸이다.
대법원은 빌린 그 날을 본다
사기죄가 성립하는지는 돈을 건네받은 그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되고, 그 뒤에 벌어진 사정은 성립 여부를 뒤집지 못한다. 이것이 차용금 사기 사건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원칙이다. 갚지 못한 기간이 길어졌다는 사정만으로 차용금 사기가 되지는 않는다. 형법은 범죄의 성립과 처벌을 행위 시의 법률에 따르도록 정하고 있고[형법 제1조(범죄의 성립과 처벌)], 성립 시점을 정하는 판단도 같은 원칙으로 이루어진다.
형법 제347조(사기) 제1항 -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법정형은 2025년 12월 23일 개정으로 상향되어 2026년 3월 12일부터 시행 중이다. 개정 전 값인 10년 이하의 징역,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그대로 적어 둔 자료가 아직 많다. 미수도 처벌되고[형법 제352조(미수범)], 상습으로 인정되면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된다[형법 제351조(상습범)].
대법원은 차용 사기의 판단 시점을 정면으로 밝힌 사건에서, 빌릴 당시에 변제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면 그 뒤 갚지 않더라도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그친다고 했다. 결과를 뒤로 물리고 시점을 보라는 선언이고, 차용금 사기 변론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문제는 빌리던 날의 마음을 어떻게 증명하느냐다. 대법원은 편취의 범의를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범행 전후의 재력, 환경, 범행의 경위와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같은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해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대법원 2017. 3. 30. 선고 2014도9539 판결). 이 네 가지가 수사기관이 실제로 들여다보는 목록이고, 차용금 사기 변론에서 먼저 채워 두어야 할 목록이기도 하다.
소비대차 거래에서 차주가 돈을 빌릴 당시에는 변제할 의사와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 후에 변제하지 않고 있더라도 민사상의 채무불이행에 불과하고 사기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피고인과 여러 차례 금전거래를 해 온 피해자가 피고인의 카드대금 연체와 자금 사정까지 알고 있었던 사안이다. 대법원은 차용 당시 변제능력에 관한 적극적인 기망행위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했다.
빌려준 사람이 사정을 알고 있었다면
대주가 차주의 신용 상태를 이미 알고 있었던 경우에는 변제하지 못했다는 사실만으로 기망을 인정할 수 없다. 친척이나 지인 사이, 또는 계속적인 거래 관계에서 돈이 오갈 때가 여기에 해당한다. 빌려주는 쪽이 상대의 형편을 보면서 위험을 감수하고 건넸다면, 그 위험이 현실이 된 것을 두고 속았다고 하기 어려운 구조다.
다만 이 법리에는 단서가 붙는다. 차용 당시 구체적인 변제의사, 변제능력, 차용 조건처럼 빌려줄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사항에 관해 허위 사실을 말한 사정이 따로 있으면 결론이 뒤집힌다. 차용금 사기 조사에서 수사기관이 통화 녹음과 메신저를 집요하게 뒤지는 이유가 이것이다. 그 안에 차용 당시의 말이 남아 있다.
계속적으로 돈이 오간 관계에서는 총 차용액보다 실제로 남은 차액이 먼저 문제 된다. 수십억이 오갔더라도 되돌려준 금액을 빼고 나면 남는 차이가 크지 않은 경우가 있고, 법원은 그 차이를 편취 여부의 판단 자료로 삼는다(서울고등법원 2023. 10. 10. 선고 2023노1680 판결). 차용금 사기 사건에서 총액만 적힌 고소장이 실제 다툼과 어긋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주고받은 금전의 차액이 크지 않고 피해자 스스로 당시에는 변제 의사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사정 등에 비추어, 편취의 범의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본 원심의 판단을 수긍했다.
26억 원대가 오간 관계에서 차액이 3,700만 원 정도였다. 다른 시기의 유죄 사건이 이 시기의 차용까지 소급해 추단하는 자료가 되지는 못한다고도 보았다. 무죄로 확정됐다.
"사건을 받으면 총 차용액부터 세지 않습니다. 오간 돈의 차액과 빌리던 날의 잔고를 먼저 봅니다. 그 두 숫자가 채워지고 나서야 어떤 사실관계를 다툴지 정해집니다."
오정환 · 법무법인 화온 대표변호사 (前 김앤장 법률사무소)
계약을 어긴 것과 속인 것은 다르다
약정한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사기죄의 기망행위가 곧바로 인정되지는 않는다. 이 구별은 개인 사이의 차용금 사기뿐 아니라 사업상 거래에서 더 크게 문제 된다. 계약 위반이나 행정 법령 위반이 곧 형사상 기망이라는 전제로 고소가 들어오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도급 제한 규정을 위반했다는 사정만으로 사기죄의 보호법익인 재산권을 침해했다고 단정할 수 없고, 용역을 완성할 의사와 능력이 없으면서 완성할 것처럼 거짓말을 하여 대금을 편취하려 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수급업체가 과업을 모두 완성하고 발주처 검수까지 통과한 사안이다. 대법원은 규정 위반과 편취 의사는 별개라고 보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을 파기했다.
피해 금액이 커지면 다툴 대목이 하나 더 생긴다. 편취액이 5억 원 또는 50억 원을 넘으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고, 그 가액 자체가 구성요건이 된다. 대법원은 이 가액을 엄격하고 신중하게 산정해야 한다고 보면서, 이익의 가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가중처벌 조항을 적용할 수 없다고 했다.
사기로 인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위반죄는 편취한 가액이 구성요건의 일부이므로 그 가액을 엄격하고 신중하게 산정해야 하고, 이익의 가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가중처벌 조항을 적용할 수 없다.
법인의 영업과 자산 전체를 포괄 양도한 계약에서 우발채무의 발생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매매대금 전액을 이득액으로 본 원심이 파기됐다.
고소장을 받은 직후에 무엇을 남길 것인가
수사 초기에 확보해야 할 것은 차용 당시의 사정을 보여 주는 기록이다. 사기 고소를 당한 직후가 자료 확보의 유일한 구간인 경우가 많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지는 자료가 많고, 특히 메신저와 통화 기록은 기기 교체 한 번으로 통째로 없어진다. 차용금 사기 조사에서 진술만 남고 자료가 없으면, 빌리던 날의 사정을 말로만 주장하게 된다.
- 차용일 전후의 계좌 거래내역과 잔고 증명. 자금이 실제로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보여 준다
- 차용 시점의 매출 자료, 수주 계약서, 회수 예정 채권 서류. 변제 능력을 뒷받침한다
- 대주와 주고받은 메신저와 통화 녹음 원본. 어떤 사정을 알렸는지가 여기에 남는다
- 차용증, 담보 설정 서류, 연대보증 요구 이력. 대주가 위험을 인식했는지를 보여 준다
- 차용금을 실제로 쓴 내역. 고지한 용도와 사용처가 일치하는지 대조할 수 있다
- 일부 변제 기록과 이자 지급 내역. 변제 의사를 뒷받침하는 가장 직접적인 자료다
- 변제가 무산된 원인을 보여 주는 자료. 거래처 부도, 소송 패소, 폐업 통지 같은 것들이다
차용금 사기 사건에서 자료를 모았다면 다음은 진술의 순서다. 경찰 조사에서 차용 경위를 어떤 순서로 말하느냐에 따라 같은 사실도 다르게 읽힌다. 차용금 사기 대응에서 반대로 서두르지 않는 것도 있다. 변제 계획을 급히 약속하거나 합의부터 꺼내면 차용 당시의 사정이 다뤄지기 전에 사건의 성격이 굳는다. 자료가 모이기 전에 진술의 방향을 정하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
"법정에서 다시 다투게 되는 것은 대부분 수사 단계에서 만들어진 조서입니다. 차용 당시의 자료가 조서보다 먼저 정리되어 있으면 공판에서 뒤집을 일이 줄어듭니다. 첫 조사 전에 조서에 무엇이 남을지부터 보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천재필 · 법무법인 화온 대표변호사 (제57회 사법시험 수석)
자주 묻는 질문
빌리던 날의 기록이 남아 있을 때 상담을 시작하는 편이 좋습니다
상담 신청하기계좌 내역과 메신저는 시간이 지나면 복구하기 어렵습니다. 前 김앤장 출신 오정환 대표변호사와 前 대구지검 형사1부장검사 이희권 고문변호사가 첫 조사 전 자료 정리부터 함께 봅니다. 상담 내용은 변호사법 제26조에 따라 지켜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