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현행범 체포 직후, 변호인은 무엇을 가르는가 · 법무법인 화온
현행범 체포 직후의 조사실에 들어가 보면 사람들은 대개 둘 중 하나를 하고 있다. 겁에 질려 전부 인정하거나, 겁에 질려 전부 부인한다. 정반대로 보이는 두 선택이 같은 곳에서 무너지는 것을 여러 번 봤다. 둘 다 방어할 수 있었던 것까지 함께 잃는다.
핵심 요약
변호인은 사실을 바꾸지 않는다. 자료로 이미 확정된 사실과 아직 판단이 열려 있는 사실을 나누고, 어느 쪽을 인정해야 나머지가 살아남는지 정한다. 현행범 체포 직후에 그 판단을 했는지가 이후 전부를 좌우한다.
전부 인정과 전부 부인은 같은 실수다
현행범 체포 직후에 전부 인정하는 사람은 처벌되지 않는 사실까지 자백해 스스로 유죄의 뼈대를 세운다. 조사관이 묻는 순서대로 고개를 끄덕이다 보면, 법이 처벌하지 않는 단계의 행위까지 조서에 남는다. 나중에 그 부분은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해도, 이미 인정한 사람의 말에는 무게가 실리지 않는다.
전부 부인하는 사람은 반대편에서 무너진다. 내 경험으로는 이 실수가 더 흔하다. 이체 내역이나 출입 기록처럼 자료가 남는 사실까지 부인했다가 그것이 깨지면, 정작 다투어야 할 부분의 진술마저 믿기 어려운 말이 된다. 거짓말 하나가 나머지 전부의 신용을 가져간다.
법률 용어를 모른 채 인정하는 것도 같은 위험이다
서울북부지방법원 2019. 9. 26. 선고 2019노889 판결에서 피고인은 단속 당일 성관계를 하였다고 진술했다가 곧바로 번복했다. 법원은 그가 유사성행위의 법률적 의미를 몰라 그렇게 말했을 가능성을 인정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다행한 결말이지만, 그 한 마디를 지우는 데 재판을 두 번 거쳐야 했다. 현행범 체포 직후 조사실에서 한 번 정리했다면 겪지 않았을 시간이다.
변호인이 현행범 체포 직후에 가르는 것
현행범 체포 직후의 조사실에서 변호인이 하는 일은 사실을 만들거나 지우는 것이 아니다. 이미 남아 있는 자료로 확정된 사실과 아직 판단이 열려 있는 사실을 갈라놓는 일이다. 앞의 것을 붙들고 싸우면 신용을 잃고, 뒤의 것을 놓아버리면 다툴 것이 남지 않는다.
내가 쓰는 기준은 하나다. 자료가 남는 영역인가. 이동과 결제와 대화는 대부분 기록이 남아 부인의 실익이 없다. 반대로 신체 접촉의 부위와 정도처럼 사람의 기억과 진술에만 기대는 영역은 처음부터 정확하게 말해야 한다. 유죄와 무죄는 대개 이 두 번째 영역에서 갈린다.
그래서 조사 전에 정해야 할 것은 무엇을 숨길지가 아니라 무엇을 정확히 말할지다. 나는 조사에 들어가기 전 의뢰인과 이 선부터 긋는다. 인정할 것을 정하고 나면 남은 시간을 정말 다투어야 할 한 가지에 쓸 수 있다.
진술거부권은 침묵하라는 권리가 아니다
현행범 체포 후 고지받는 진술거부권은 답할 질문과 답하지 않을 질문을 고를 수 있다는 뜻이다. 전부 말하거나 전부 침묵하는 두 선택지만 있는 것처럼 여겨 그 사이를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어느 질문에서 멈출지 미리 정해두는 것이 조사 입회에서 가장 실질적인 준비다.
방향을 잡아준다는 말의 뜻
변호인의 일은 의뢰인이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사건의 방향을 잡아주는 것이다. 이 말은 사건을 유리하게 꾸민다는 뜻으로 오해되기 쉬운데, 실제로는 그 반대에 가깝다. 사실을 그대로 두되 그 사실이 법에서 어떤 이름을 갖는지 정확히 알려주고, 그 이름에 맞게 말하도록 돕는 일이다.
같은 사실이라도 어떤 이름으로 불리느냐에 따라 성매매처벌법 제21조(벌칙)가 적용되기도 하고 적용되지 않기도 한다. 이 죄의 법정형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이고, 성매매처벌법 제23조(미수범)는 이 죄를 지시하지 않는다. 조사실에서는 아무도 그 사실을 알려주지 않는다. 법이 처벌하지 않는 단계를 스스로 자백해 버리는 일이 그래서 생긴다.
상대가 성인이 아니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청소년성보호법 제13조(아동·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위 등)가 적용되면 하한이 징역 1년으로 올라가고, 성을 사기 위해 유인하거나 권유한 것만으로도 처벌 대상이 된다. 같은 말 한 마디가 어느 법으로 읽히느냐에 따라 무게가 달라진다.
내가 현행범 체포 연락을 받는 시간은 대개 밤이나 새벽이다. 단속이 그 시간에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때 변호인 조력을 구할 곳을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크다. 조사는 미룰 수 있고, 미루는 동안 무엇을 말할지 정할 수 있다. 성범죄 사건의 단계별 대응은 화온 성범죄 전담센터에 정리해 두었다.
"변호인이 사실을 바꾸는 사람이었다면 나는 이 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하는 일은 사실을 정확한 이름으로 부르게 하는 것이고, 그 이름을 모르는 채로 조서에 서명하지 않게 막는 것이다."
오정환 대표변호사 · 前 김앤장 법률사무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