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정년 지난 촉탁직, 계약만료로 내보냈는데 부당해고라니요?

작성 변호사
VERIFIED 변협 형사·노동 전문등록 파트너 법무법인 화온 법률검토 완료 2026.06.05

정년이 지나고 회사가 "6개월만 더 일하자"며 촉탁직 계약서를 내밀었을 때, 거절할 수 있는 근로자는 많지 않다. 사직서까지 받아간 회사가 6개월 뒤 "평가 점수가 미달이니 계약만료"라며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사직서도 냈고 평가 점수도 미달인데, 그래도 부당해고가 됩니까?"

그렇게 될 수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바로 이러한 사안에서 회사 패소 판결을 선고했다(서울행정법원 2026. 4. 9. 선고 2025구합53964 판결). 지방노동위원회·중앙노동위원회·행정법원까지 세 번 연속으로 근로자가 이긴 본 사건은,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이유만으로 갱신기대권이 사라지지 않으며 평가 양식이 부적절했다면 갱신거절도 정당성을 잃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회복의 결과는 가볍지 않다. 부당해고로 인정되면 근로자는 원직에 복직되고, 해고 기간 동안의 임금 상당액 전부를 소급해서 받게 된다. 다만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에는 3개월의 시효가 있어, 통보를 받은 직후 신속하게 검토해야 한다.

한 줄 요약

서울행정법원 2025구합53964 판결은 정년 후 6개월 촉탁직으로 재계약한 근로자에 대한 위탁관리회사의 계약만료 통보를 부당해고로 인정했다(지노위·중노위·행정법원 3연속 근로자 승소). 사직서를 냈어도 갱신기대권은 사라지지 않고, 시용 평가표로 베테랑을 평가하면 평가의 객관성이 무너지며, 사전 고지와 객관적 사유가 없는 갱신거절은 정당성을 잃는다. 근로기준법 제28조에 따라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은 통보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가능하다.

사건의 경과 — 회사가 세 번 연속 진 이유

본 사건의 근로자 B는 청주 소재 아파트에서 5년 이상 기술직으로 근무하다가 취업규칙상 정년(만 62세)에 도달했다. 회사는 B로부터 "정년으로 인하여 사직한다"는 사직서를 제출받은 뒤, 신분 '촉탁계약직', 직책 '관리부장', 기간 6개월의 촉탁근로계약을 새로 체결했다. 계약서에는 "정년퇴직 후 재고용되는 경우 종전 근속기간은 계속근로기간에서 제외한다"는 조항까지 들어가 있었고, B가 자필 서명한 촉탁채용원도 보관되어 있었다.

6개월이 다가오자 회사는 B에 대한 업무적격성 평가를 실시했고, 평균 45.5점으로 기준점 70점에 크게 미달했다. 회사는 이를 근거로 계약만료를 통보했다. "사직서까지 받았고 평가 점수도 미달이니 갱신거절에 정당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노동위원회·법원의 판단은 정반대였다. 지방노동위원회 초심, 중앙노동위원회 재심, 그리고 행정소송 1심까지 세 번 연속으로 회사가 패소했다. 어떤 사실관계가 결과를 가른 것일까.

법원이 인정한 근로자의 세 가지 권리

① 사직서를 냈어도 갱신기대권은 사라지지 않는다

법원은 B가 제출한 사직서에 대해 "진정한 의미의 사직서라기보다는 정년 도달 후 촉탁직 재고용을 위한 사전 절차의 일환"이라고 판단했다. 형식적인 사직서 한 장으로 근로관계 단절을 인정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갱신기대권의 근거는 구체적이었다. 취업규칙에 정년퇴직자 재고용 규정(제9조)이 존재했고, 같은 사업장에서 정년이 도래한 다른 직원들도 줄줄이 촉탁직으로 재고용된 관행이 있었다. B가 촉탁 전환 후 수행한 시설관리 총괄 업무는 정년 전 업무와 실질적으로 동일했고(직책·급여 인상도 결론을 바꾸지 못했다), 아파트 위탁관리계약 자체가 2027년까지 갱신되어 B의 업무는 상시·지속적이었다. 결정적으로 회사 스스로 노동위원회 심문에서 "B는 사실상 무기계약직"이라고 진술한 것이 결정타가 되었다.

본 판결의 법리는 정년 후 재고용 기대권을 명시적으로 인정한 대법원 2023. 6. 29. 선고 2018두62492 판결과 정합한다. 동 판결은 사용자의 재량 영역에서도 재고용 관행이 확립되어 있다면 근로자는 정년 후 재고용 기대권을 가지며, 합리적 이유 없는 거절은 부당해고와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판시했다.

② 시용 평가표로 베테랑을 평가하면 평가의 객관성이 무너진다

회사 측의 가장 큰 패착은 평가 양식이었다. 회사 취업규칙에는 재계약 시 적용하는 인사고과평가 기준(별지 2 — 전문지식·관리능력·통솔력·건강상태 등)이 별도로 존재했다. 그런데 회사는 이를 두고 '시용(수습)기간 중 업무적격성 평가' 양식(별지 3)의 제목만 고쳐서 B를 평가했다.

법원은 평가항목·세부 구성요소·배점이 취업규칙상 기준과 전혀 다르므로 본 평가는 객관성·합리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취업규칙 제9조가 요구하는 건강상태·입주민 의견 등은 아예 평가에 반영되지도 않았다. 즉 평가 점수 45.5점이라는 결과 자체가 잘못된 기준에서 나온 숫자였다는 것이다.

③ 사전 고지와 객관적 사유가 없는 갱신거절은 정당성을 잃는다

회사는 계약 체결 시 "평가 70점 미만이면 재계약하지 않는다"는 기준과 절차를 B에게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 갱신거절 사유로 내세운 컴퓨터 능력 미숙·무자격업체 추천·복무 보고 누락 등에 대해서도 객관적 증거를 제출하지 못했다. 평가자의 주관적 의견("직원 간 편 가르기" 등)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법원의 일관된 태도다.

서울행정법원 2026. 4. 9. 선고 2025구합53964

평가의 형식이 무너지면
갱신거절도 함께 무너진다

시용 양식으로 베테랑을 평가한 순간, 그 점수 45.5점은 처음부터 잘못된 기준에서 나온 것이다

갱신거절 통보를 받았다면 — 근로자의 실무 대응

본 판결의 법리가 자신의 사건에 적용될 수 있는지 검토하기 위해, 다음 세 가지 실무 대응이 중요하다.

첫째,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의 시효는 3개월이다. 근로기준법 제28조에 따라 부당해고 구제신청은 부당해고가 있었던 날(통상 계약만료 통보일)부터 3개월 이내에 노동위원회에 제기해야 한다. 이 시효를 놓치면 행정 구제 경로가 닫히므로 통보 직후 시효를 계산해야 한다.

둘째, 증거 확보다. 갱신기대권 인정 가능성을 판단하려면 (1) 취업규칙의 정년퇴직자 재고용 규정, (2) 같은 사업장의 다른 직원 재고용 관행, (3) 촉탁 전환 후 업무가 정년 전과 동일한지, (4) 본인의 업무가 상시·지속적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근로계약서·취업규칙 사본·동료 재고용 사례·업무 일지·SMS·이메일 등이 모두 증거가 된다.

셋째, 회사가 제시한 갱신거절 사유의 약점 파악이다. 시용 양식으로 평가했거나, 사전 고지 없이 기준점수를 적용했거나, 객관적 증거 없이 주관적 평가만 제시했다면, 그 자체가 갱신거절의 정당성을 무너뜨리는 사정이 된다.

특히 노동위원회 초심 단계의 대응이 결정적이다. 본 사건에서도 회사가 노동위원회 심문에서 한 진술("사실상 무기계약직")이 행정소송에서까지 결정적 증거가 되었다. 반대로 근로자가 초심에서 갱신기대권의 근거를 충분히 제시하지 못하면 재심·행정소송에서 뒤집기 어렵다.

사직서를 냈어도 권리가 사라지지 않는다. 평가의 형식이 무너지면 갱신거절도 함께 무너진다.

법무법인 화온 · 권석현 파트너변호사

법무법인 화온은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초심·재심), 부당해고 행정소송, 갱신기대권 사실관계 분석과 증거 확보, 임금 상당액 소급 청구 등 근로자의 권리 회복 영역에서 통합 자문을 제공한다. 통보 직후 한 번의 검토가 3개월 시효를 놓치지 않고 회복의 기회를 살린다.

법무법인 화온 · 부당해고 구제신청·노동위원회 대리

갱신거절 통보를 받았다면, 시효 3개월 안에 검토합니다

권석현 파트너변호사 · 노동위원회 구제신청·부당해고 행정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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