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조사 진술 대응 - 피의자신문조서가 형량을 가르는 이유 | 법무법인 화온
경찰 조사나 검찰 수사를 앞둔 사람이 화온을 찾아와 가장 먼저 꺼내는 말은 대개 비슷하다. "저는 잘못한 게 없으니까, 그냥 사실대로만 말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그 믿음은 절반만 맞다. 형사 절차에서 한 사람의 운명을 가르는 것은 '무슨 일이 있었는가'라는 사실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사실이 법적으로 어떻게 평가되는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평가가 시작되는 첫 재료가 바로 조사실에서 남긴 진술이다.
수사 단계의 진술은 사실의 전달이 아니라 법적 평가가 시작되는 출발점이다. 같은 행위도 진술 방식에 따라 폭행이 상해로, 단순 통장 대여가 미필적 고의로 평가될 수 있다. 2022년부터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도 법정에서 그 내용을 인정해야 증거가 되지만, 조사자 증언 등 다른 경로가 남아 있어 수사 진술은 여전히 가볍지 않다.
목차
왜 '사실대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가
형사 절차에서 진술이란, 겪은 사실을 법적 구성요건이라는 틀에 넣어 평가하기 위한 1차 자료를 말한다. 여기서 핵심은 사실과 법적 결론이 같지 않다는 점이다.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과 "나는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형법의 모든 범죄는 구성요건이라는 요소들의 조합으로 짜여 있다. 어떤 행위가 처벌되는지, 어느 죄명이 붙는지, 형이 얼마나 무거운지는 그 행위가 어느 구성요건에 포섭되느냐에 달려 있다. 그런데 이 포섭은 사실 그 자체로 자동 결정되지 않는다. 같은 사건이라도 어떤 부분을 어떻게 진술하느냐에 따라, 수사기관이 적용을 검토하는 죄명 자체가 달라진다. 형사사건절차 전체에서 경찰수사 단계가 첫 단추인 이유다.
특히 위험한 영역은 '주관적 요건'이다. 고의가 있었는지, 어떤 의도였는지, 무엇을 인식하고 있었는지는 사람의 머릿속 사정이라 직접 확인할 수 없다. 그래서 수사와 재판은 이를 진술과 정황으로 추론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진술이 결정적 무게를 갖는다. 헌법 제12조가 누구도 스스로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는다고 정한 것은, 진술이 그만큼 본인에게 불리하게 작동할 수 있음을 전제한 보호 장치다.
같은 사실, 다른 죄명 — 진술이 결과를 바꾸는 장면
고의나 의도 같은 주관적 요건은 진술로 추론되므로, 같은 사실도 진술에 따라 죄명과 형량이 달라진다. 억울함을 호소하려고 덧붙인 해명이 오히려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동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성범죄처럼 첫 조사의 진술이 사건을 좌우하는 분야의 단계별 대응은 성범죄 피의자·무고 피해 대응 가이드에서 따로 다룬다. 아래 세 장면을 보자.
장면 1 — 폭행인가 상해인가
다툼 중에 상대를 밀친 사람이 "그냥 한 번 밀쳤을 뿐이고, 다치게 할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라고 진술한다. 상해의 고의를 부정하려는 의도다. 그러나 상대에게 상해의 결과가 생긴 경우, 다치게 할 생각이 없었다는 해명이 평가를 단순 폭행으로 되돌려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자신이 상대를 밀쳤다는 행위 자체를 또렷이 자인하는 진술이 된다. 폭행죄와 상해죄의 구별, 그리고 합의의 효과는 폭행죄·상해죄 차이와 합의 전략 가이드에서 자세히 다룬다.
장면 2 — 횡령의 불법영득의사
회사 자금을 쓴 사람이 "회삿돈인 건 알았지만, 곧 채워 넣을 생각이었습니다"라고 진술한다. 변제 의사를 강조해 횡령을 부정하려는 전형적 해명이다. 그러나 일시적으로 쓰고 돌려놓을 의사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불법영득의사가 곧바로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결과적으로 회삿돈을 자신의 용도로 처분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진술이 될 수 있다.
장면 3 — 통장 대여와 미필적 고의
통장이나 계정을 빌려준 사람이 "아르바이트인 줄 알고 빌려준 거예요. 솔직히 좀 이상하다는 느낌은 있었지만요"라고 진술한다. 이때 '몰랐다'와 '의심은 들었지만 그냥 넘어갔다'는 법적 의미가 분명히 갈린다. 후자는 범죄에 쓰일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용인했다는 미필적 고의의 결정적 정황이 될 수 있다. 계좌 제공으로 보이스피싱 공범 의심을 받는 경우의 방어는 보이스피싱 피해 대응·공범 혐의 방어 가이드에서 다룬다.
| 장면 | '사실대로' 한 진술 | 조서·법정이 포착하는 법적 의미 |
|---|---|---|
| 다툼 중 상대를 밀침 | "다치게 할 생각은 없었고 한 번 밀쳤을 뿐" | 상해 결과가 더해지면 평가가 상해로 옮겨갈 여지 — 밀친 행위 자체는 명확히 인정됨 |
| 회사 자금을 사용 | "회삿돈인 줄 알았지만 곧 갚으려 했다" | 반환 의사를 밝혀도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될 수 있어, 처분 사실을 자인하는 효과 |
| 통장·계정을 빌려줌 | "아르바이트인 줄 알았고 의심은 좀 들었다" | '몰랐다'와 '의심했지만 넘어갔다'의 차이가 미필적 고의 인정의 분기점 |
진술의 무게는 신분이 바뀌는 순간 더욱 분명해진다. 동업 분쟁에서 자신을 피해자라고 여겨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한 사람이, 자금 흐름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본인의 행위가 문제되어 피의자로 전환되는 경우가 있다. 가사·여성 사건과 피해자 측 변론을 다수 맡아 온 이보미 파트너변호사는, 참고인이라는 이유로 마음을 놓고 한 진술이 도리어 본인 피의사실의 증거로 남는 장면을 적지 않게 본다고 말한다. 참고인 진술이라고 해서 그 무게가 가벼운 것은 아니다.
수사기관은 진술을 '조서'라는 증거로 바꾼다
피의자신문조서란, 조사에서 오간 진술을 수사기관이 문서로 정리해 사건 기록에 남기는 증거를 말한다. 즉 경찰 조사나 검찰 수사에서 한 진술은 휘발되지 않고, 문서로 고정되어 이후 절차의 자료가 된다.
前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경제형사 사건을 다룬 오정환 대표변호사는, 신문이 단순한 사실 수집이 아니라 혐의의 윤곽을 잡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질문에는 순서와 맥락이 있고, 답변은 그 맥락 안에서 기록된다. 조서에 적히는 것은 '내가 떠올린 표현 그대로'가 아니라, 질문과 답변이 정리된 형태다. 그래서 같은 취지로 말했더라도, 어떤 단어가 조서에 남느냐에 따라 읽는 사람이 받는 인상은 달라질 수 있다.
"조사실에서 중요한 것은 '무슨 일이 있었는가'만이 아니다. 그 일이 어떤 질문의 틀 안에서 어떤 문장으로 기록되는가가 사건의 방향을 정한다."
오정환 · 법무법인 화온 대표변호사 (前 김앤장 법률사무소)
수사 단계의 판단은 이후를 크게 좌우한다. 신병을 다투는 구속영장 단계의 수치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대법원 사법연감 기준 구속영장 발부율은 2020·2021년 82.0%에서 2022년 81.4%, 2023년 79.5%, 2024년 76.9%로 매년 낮아지고 있다. 2024년에는 청구 27,948건 중 21,488건이 발부됐고, 약 23%는 발부되지 않았다. 영장실질심사에서 피의자와 변호인의 소명·진술이 신병 결정에 직접 작용한다는 의미다.
출처: 대법원 사법연감(2024년판 기준). 수치는 발간 후 일부 조정될 수 있다.
2020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이 조서의 무게는 한 차례 재편되었다. 개정 전에는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가 비교적 강한 증거력을 가졌으나, 개정 이후에는 검사가 작성한 조서도 피고인이 법정에서 그 내용을 인정해야 증거로 쓸 수 있게 되었다. 사법경찰관이 작성한 조서와 같은 기준이 적용되는 것이다.
형사소송법 제312조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요건을 정한다. 2020년 2월 4일 개정되어 2022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현행 규정상,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도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공판에서 그 내용을 인정할 때에 한해 증거로 할 수 있다.
다만 내용을 부인하더라도, 조사 과정을 본 수사관의 조사자 증언이나 영상녹화물 등 다른 경로를 통해 수사 단계의 진술이 절차에 반영될 수 있다. 진술이 가벼워졌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재판부는 그 조서를 어떻게 읽는가
법정에서 조서는 글자 그대로 읽히며, 그 안의 한 줄이 고의나 의도 같은 주관적 요건을 판단하는 근거가 된다. 사건의 결론이 자주 갈리는 미필적 고의와 불법영득의사 같은 쟁점에서, 본인이 무심코 남긴 진술 한 문장이 판단의 저울추가 되는 경우가 많다.
사법시험을 수석으로 합격하고 서울고등법원 재판연구원을 지낸 천재필 대표변호사는, 재판부가 진술을 읽는 방식을 이해하는 것이 변론의 출발점이라고 본다. 대법원도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내용을 인정한다'는 것의 의미를 좁게 새겨, 단순히 그렇게 진술한 사실이 있다는 차원을 넘어 기재된 진술이 실제 사실과 부합함을 인정하는 것으로 보았다(대법원 2023. 6. 1. 선고 2023도3741 판결). 진술 한 줄을 둘러싼 다툼이 그만큼 정밀하게 전개된다는 의미다.
"수사기관에서 남긴 한 문장은 지워지지 않는다. 법정에서 진심을 다해 해명해도, 이미 조서에 적힌 그 한 줄과 먼저 싸워야 한다. 그래서 진술은 '무엇을 말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평가될 것인가'의 문제다."
천재필 · 법무법인 화온 대표변호사 (前 서울고등법원 재판연구원)
권리는 분명히 있다 — 다만 '행사'가 곧 전략이다
피의자의 방어권은 크게 세 가지다 — 진술거부권, 변호인 참여권, 조서 열람·정정권. 다만 권리의 존재를 아는 것과 그것을 자기 사건에 맞게 운용하는 것은 다른 일이며, 언제 어떻게 쓰는지가 결과를 좌우한다.
먼저 진술거부권이다. 수사기관은 신문에 앞서 진술을 거부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형사소송법 제244조의3).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이며, 행사했다는 사정 자체가 유죄의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 다음으로 변호인 참여권이다. 피의자나 변호인은 신문에 변호인이 참여하도록 신청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243조의2). 경찰 조사 단계에서 변호인이 동석해 조력하는 방식의 실제 운용은 경찰 조사 동석 안내에서 확인할 수 있다. 끝으로 조서가 작성되면 그 내용을 열람하거나 읽어 줄 것을 청구할 수 있고, 사실과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해 바로잡을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244조는 피의자신문조서의 작성 절차를 정한다. 조서는 피의자에게 열람하게 하거나 읽어 주어야 하고, 기재 내용에 대해 이의나 의견이 있으면 이를 조서에 추가로 적도록 한다. 서명·날인 전에 조서가 자신의 진술 취지와 일치하는지 확인할 기회가 보장되는 것이다.
또한 임의로 이루어지지 않은 진술은 증거로 쓸 수 없고(제309조·제317조), 피고인의 자백이 유일한 증거일 때에는 그것만으로 유죄가 되지 않는다(제310조 보강법칙).
조사 전 스스로 점검할 것들
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다음 항목을 통해 자신의 진술이 의도와 다르게 작동할 위험을 점검할 수 있다. 본인의 상황과 닮은 항목이 있는지 살펴보면 도움이 된다.
조사 전 자체점검
- 죄명과 구성요건을 알고 있는가 — 어떤 혐의로 어떤 죄명이 검토되는지, 그 죄명의 핵심 요건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있는지 확인한다.
- 해명이 오히려 인정이 되지는 않는가 — 억울함을 풀려고 준비한 설명이 행위나 인식을 자인하는 진술로 읽힐 여지가 없는지 점검한다.
- '의심'과 '인식'을 구분하고 있는가 — 몰랐다는 취지인지, 의심했지만 넘어갔다는 취지인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는 점을 의식한다.
- 참고인이라고 방심하고 있지는 않은가 — 자신이 진술하려는 내용 중 본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미리 가늠한다.
- 권리의 행사 방법을 알고 있는가 — 진술거부권·변호인 참여·조서 열람과 정정을 언제 어떻게 쓸 수 있는지 확인한다.
이 가이드는 수사 진술의 일반 원리에 대한 안내다. 그러나 어떤 진술이 유리하고 불리한지는 개별 사건의 사실관계에 따라 전혀 달라진다. 같은 죄명이라도 증거의 구조와 진술의 맥락이 다르면 결론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개된 원리를 이해하는 것까지는 스스로 가능하지만, 자신의 사건에서 무엇을 어떻게 진술할지는 사실관계 정밀 분석과 증거 검토를 거친 변호사 상담의 영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