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소송에서 환자로 살아온 변호사가 먼저 확인하는 것 - 진료기록과 두 가지 증명
의료사고 소송의 승패는 환자 쪽이 증명할 두 가지에 달려 있다. 진료 당시 의료수준에서 과실로 평가되는 행위가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 과실이 손해를 낳을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둘을 증명하면 인과관계는 추정되고, 병원 쪽이 다른 원인을 증명해야 추정이 깨진다. 두 가지 증명의 재료는 전부 진료기록 안에 있으므로, 상담보다 기록 확보가 먼저다.
의료사고 소송에서 환자 쪽이 증명할 것은 두 가지다
의료사고 소송은 환자 쪽이 진료상 과실과 손해 발생의 개연성을 증명하면 인과관계가 추정되는 손해배상 소송이다. 대법원은 2023년 8월 이 원칙을 정리했다.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 지식이 필요한 분야라 환자가 의료진의 과실을 증명하기 어렵고, 과실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는 의료진조차 알기 어려운 때가 많다. 그래서 환자 쪽이 두 가지를 증명하면 인과관계 증명책임을 덜어 준다는 것이다. 이것이 지금의 의료과실 입증책임 기준이다.
73세 환자가 어깨 수술을 위해 전신마취를 받던 중 마취과 의사가 간호사에게 감시를 맡기고 수술실을 떠났고, 수술 중 저혈압과 산소포화도 하강이 왔는데도 호출에 즉시 대응하지 못해 환자가 사망한 사안이다. 대법원은 환자 쪽이 과실로 평가되는 행위와 손해 발생의 개연성을 증명하면 인과관계를 추정하고, 병원 쪽이 손해가 과실 때문이 아님을 증명해야 추정이 번복된다고 판시했고, 상고기각으로 확정됐다.
개연성은 의학적으로 의심이 없을 정도까지 증명할 필요는 없다. 다만 막연한 가능성에 그치면 증명된 것이 아니다.
이 원칙에는 앞선 판결이 있다. 대법원 1996. 6. 11. 선고 95다41079 판결은 전신마취 수술 중 심정지로 전신마비가 온 환자에 관해, 환자 쪽이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과실 있는 행위와 다른 원인이 끼어들 수 없었다는 사정을 증명하면 인과관계를 추정한다고 했다. 27년 뒤의 2023년 판결은 그 기준을 「일반인의 상식」에서 「임상의학의 의료수준」으로 옮기고, 「다른 원인이 없었다는 사정」 대신 「손해 발생의 개연성」을 요구했다. 의료소송에서 환자 쪽이 증명할 것이 더 분명해진 대신, 그 증명은 의학적 근거를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진료기록을 먼저 확보하고, 판단은 그다음에 한다
진료기록 열람은 환자가 본인 기록의 전부나 일부를 열람하거나 사본을 받을 수 있는 법률상 권리다. 두 가지 증명의 재료는 전부 그 안에 있다. 간호기록의 시각, 활력징후 수치, 처방과 투여 시각, 검사 결과와 판독지, 수술기록과 마취기록. 2023년 판결에서 마취과 의사가 수술실을 비운 시각과 간호사가 전화한 시각이 드러난 것도 기록 덕분이다.
[시행 2026. 4. 7.] 법률 제21524호 · 수정 전 원본까지 청구 범위에 든다. 수술 동의서 사본은 의료법 제24조의2(의료행위에 관한 설명) 제3항이 따로 정한다
나는 의료소송 상담에서 기록을 보기 전에는 승패를 말하지 않는다. 감정 결과가 나오기 전에 결론을 정하지도 않는다. 환자로 살면서 배운 것이 있다면, 같은 증상도 기록에 어떻게 남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사건이 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상담 전에 의료법 제21조(기록 열람 등)에 따라 기록 전부를 먼저 받아 두시라고 안내한다. 수정 전 원본이 포함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사고 뒤에 고쳐진 기록은 그 자체로 쟁점이 된다.
의료사고 소송에서는 기록이 비어 있는 것도 증거가 된다. 서울북부지방법원 2019. 1. 31. 선고 2017가합25554 판결은 진료기록에 통상 기재되는 중요 내용이 빠져 있으면 의사에게 불리하게 판단할 수 있는 자료가 된다고 판시했다. 부실한 기재만으로 과실이 곧바로 추정되지는 않지만, 기록을 성실히 남기지 않아 진료 경과가 불분명해진 불이익을 환자가 떠안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기록을 남길 의무는 병원에 있고, 그 공백을 환자가 메울 수는 없다.
소송만이 길은 아니다, 조정과 조력인 제도
의료분쟁조정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을 신청해 감정과 조정을 거치는 절차로, 소송을 거치지 않고도 신청할 수 있다. 의료분쟁조정법 제27조(조정의 신청)가 절차를 정하고, 의료분쟁조정법 제40조(소송과의 관계)는 조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소를 제기해도 된다고 정한다. 반대로 의료소송이 먼저 제기된 사건은 조정 신청이 각하된다.
2025년 5월부터 조정중재원은 당사자 조력제도를 운영한다. 감정과 조정 과정에서 환자를 법적·의학적으로 돕는 조력인을 붙이는 제도로, 처음에는 환자대변인제도로 불렸고 지금은 조력인(환자대변인)으로 표기한다. 나는 그 조력인 중 한 사람이다.
조력인으로 일하며 보는 조정 신청서의 빈칸은 대개 같다. 손해액은 적혀 있는데 어느 날 몇 시에 어떤 처치가 있었고 그중 무엇이 과실인지가 비어 있다. 감정부는 특정된 행위에 대해서만 판단하므로, 「병원이 잘못했다」로 뭉뚱그린 신청서에는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감정이 돌아온다. 감정서를 받으면 결론보다 감정 사항, 곧 어떤 질문이 던져졌는지를 먼저 읽고, 인과관계를 「배제할 수 없다」로 적었는지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로 적었는지를 본다. 2023년 판결의 기준에서 추정을 끌어내는 표현은 뒤의 것이다. 조정에서 끝낼 사건과 소송으로 가야 할 사건은 과실의 선명도와 기록의 상태로 나눈다. 과실이 분명하고 기록이 온전하면 조정이 빠르고, 기록에 수정 흔적이 있거나 다른 병원의 자료를 법원 명령으로 받아야 하면 소송이 맞다.
사망이나 장기 의식불명 같은 중대 사건에서 병원이 응하지 않아도 절차가 열리므로, 기록 확보와 감정을 조정 절차 안에서 먼저 받아 본 뒤 의료소송으로 갈지 정하는 순서가 가능하다.
시점 하나는 놓치면 안 된다. 민법 제766조(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가 있었던 날부터 10년을 청구 기간으로 둔다. 의료분쟁조정법 제42조(시효의 중단)에 따라 조정 신청은 시효를 중단시키지만, 신청이 취하되거나 각하되면 1개월 안에 소를 제기해야 그 효력이 남는다. 조정으로 갈 때 나는 신청일과 함께 각하 시 소 제기 기한을 달력에 먼저 적는다.
마지막으로 환자였던 사람이 변호사로 하는 일을 적어 둔다. 의료소송에서 내가 하지 않는 것은 의료진을 처음부터 적으로 놓고 병원 전체를 상대로 싸우는 일이다. 나를 서른 해 넘게 살게 한 것도 의료진이고, 열아홉 살에 병원 강의실을 내어 준 것도 병원이었다. 그래서 과실을 말할 때는 기록과 감정에 근거해 특정한 행위 하나를 말하고, 병원 전체를 비난하지 않는다. 그 편이 법정에서도 더 잘 통한다. 의료진이 업무상과실치상으로 수사를 받는 사건을 맡을 때도 같은 순서로 같은 기록을 먼저 읽는다. 어느 쪽에 서든 기록이 말하는 것보다 앞서 가지 않는 것이 이 일의 원칙이다. 2023년 판결이 인정한 과실도 「수술실을 비우고 호출에 즉시 대응하지 못한」 특정 행위였다.
"환자였을 때 가장 무서웠던 것은 결과가 아니라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는 시간이었다. 의료소송을 맡으면 그 시간을 기록으로 채우는 일부터 한다. 승패는 기록을 다 읽은 뒤에, 감정 결과를 본 뒤에 말한다."
권석현 · 법무법인 화온 파트너변호사 (변협 형사법·노동법 전문 등록)
의료사고 손해배상은 결국 기록과 감정으로 결정된다. 환자 쪽이 증명할 두 가지, 그리고 병원 쪽이 내놓아야 할 반증 하나. 그 셋을 판단할 재료가 전부 병원 안에 있다는 것이 의료소송의 어려움이고, 기록 열람권과 조정 절차가 그 어려움을 줄이는 길이다. 의료소송과 조정 어느 쪽을 택하든 출발점은 같다. 증거를 법원 절차로 확보하는 방법은 법원으로 증거 확보하는 방법에, 상담 전에 보낼 자료의 정리 방식은 변호사 상담 준비와 비용에 적어 두었다.
의료사고 뒤 무엇부터 확인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상담 신청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조력인(환자대변인)으로 일하는 권석현 파트너변호사가 진료기록 확보부터 조정과 소송의 선택까지 함께 검토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