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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실의 문, 그리고 변호인의 자리

작성 변호사
VERIFIED 김앤장 법률사무소 출신 법무법인 화온 법률검토 완료 2026.05.26

학교폭력 사안의 사실관계 골격은 대부분 두 단계에서 형성된다. 하나는 전담조사관의 조사 단계이고, 다른 하나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심의 단계다. 이 두 단계에서 기록된 진술과 판단이 이후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에 이르기까지 사건의 기반이 된다.

그 무게에 비추어 보면, 두 단계 모두 학생이 충분한 절차적 조력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은 자명하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본 칼럼은 그 공백이 어디에서 발생하고 있는지, 법원이 이미 무엇을 판단했는지, 그리고 양극단을 피한 균형점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학생과 보호자, 교육 현장 모두의 관점에서 정리한다.

두 단계의 공백 — 사는 곳에 따라 다른 조력

전담조사관 조사 단계에 관해서는 법령의 공백이 분명하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과 그 시행령 어디에도 학생을 위한 변호인의 참여에 관한 규정이 없다. 허용하라는 규정도 없고, 금지하라는 규정도 없다. 그 결과 교육지원청별로 운영 기준이 갈리고 있다. 어떤 지역에서는 변호인이 동석해 학생을 조력할 수 있는 반면, 다른 지역에서는 이를 차단한다. 같은 학교폭력예방법 아래에서 같은 성격의 조사를 받는데도, 학생이 받을 수 있는 절차적 보호의 수준이 거주 지역에 따라 달라진다.

문제는 이 공백이 조사 단계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학폭위 심의 단계에서도 변호사의 참여가 제한되는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경기도 한 교육지원청 산하 학폭위에서는 학생의 법률대리인으로 출석한 변호사에게 모두발언만 허용한 뒤 퇴실을 요구한 사실이 알려졌다. 학폭위는 "내부 방침"을 근거로 들었다. 해당 학생과 보호자는 사실관계 확인과 질의응답이라는 가장 핵심적인 절차에서 변호사의 조력을 받지 못한 채 심의를 받아야 했다.

동일한 학폭위 절차에서도 서울 일부 위원회는 변호사의 의견 진술을 허용하는 반면, 다른 지역에서는 동석은 허용하되 발언을 제한하거나, 모두발언 후 퇴실을 요구하는 등 운영이 위원회마다 다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같은 학교폭력 절차에서 학생이 받는 절차적 조력의 차이가 위원회 단위로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광주지방법원의 판단 — 절차적 위법은 이미 확인되었다

이 같은 운영이 법적 근거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이미 명확한 판단이 존재한다. 광주지방법원은 2020. 2. 선고 2019구합10894 판결에서, 학폭위가 변호사에게 회의실 밖에서 대기하다가 최종 진술만 하도록 요구한 사안을 두고, 학폭위 심의·의결은 원고가 변호사를 통한 방어권을 행사하고자 했음에도 이를 거부당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므로 절차적으로 위법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

법령상 근거 역시 이미 마련되어 있다. 행정절차법 제12조는 당사자가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할 수 있도록 명문화하고 있고, 같은 법은 선임된 대리인이 절차에 동석하여 의견을 진술하고 증거를 제출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형사 절차에서는 변호인 참여권이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에 명문화되어 있고,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에서도 대리인 선임이 당연히 인정된다. 이와 견주어 볼 때, 학교폭력 절차에서만 변호인의 자리가 좁아져야 할 법적 이유는 보이지 않는다.

광주지방법원의 판단과 행정절차법의 규정이 이미 존재한다는 사실은, 학교폭력 절차에서 변호인을 차단하는 운영이 "선택"이 아니라 절차적 위법 위험을 안고 가는 행위라는 점을 시사한다.

양극단을 피한 균형점 — 보조적 참여 모델

다만 이 문제를 단순히 "변호인 동석을 무제한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만으로 풀기는 어렵다. 학생이 자기 언어로 자기 경험을 진술할 기회를 보호해야 한다는 교육적 관점도 있고, 진술이 위축되거나 학생 본인의 진술이 아닌 대리인의 견해가 사실관계에 섞일 수 있다는 우려도 일정 부분 합리적이다. 절차의 본질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학생의 권리를 충분히 보호하는 균형점이 필요하다.

해법은 양극단 사이에 있다. 변호인이 학생을 대신해 답변하는 방식이 아니라, 조사와 심의의 흐름을 학생이 이해하도록 보조하고, 학생의 권리에 영향을 미치는 절차적 사항—진술 거부 가능 여부, 기록의 활용 범위, 질문의 적정성 등—을 안내하는 방식의 참여 모델은 충분히 설계 가능하다. 형사 절차에서 변호인 참여권이 절대적 권리가 아닌 합리적 제한 가능성을 전제로 운영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학교폭력 절차에서도 참여 방식과 발언 범위를 명확히 규정한다면 교육적 관점과 절차적 권리 보장이 양립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 기준이 입법이나 지침을 통해 명확히 정해져, 어느 지역에서든 같은 학생이 같은 수준의 조력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학교폭력 절차의 신뢰는 결과의 정당성뿐 아니라 과정의 정당성에서 나온다. 사건의 결론에 모두가 동의하지 못하더라도, 과정이 공정했다는 신뢰가 있을 때 절차는 사회적으로 수용된다. 학교폭력 조치의 무게는 학생의 생활기록부에 기재되어 대학 입시에 영향을 미치고, 경우에 따라 실질적 불이익의 크기가 일부 형사 처벌에 버금간다. 절차의 형식은 행정이지만, 결과의 무게는 형사에 가깝다. 그 무게에 걸맞은 절차적 정비는, 어느 한쪽 입장의 승리가 아니라 제도 전체의 성숙을 의미한다.

조사실의 문은 닫힌 공간이고, 심의실의 문 역시 그렇다. 그 안에서 무엇이 어떻게 기록되고 판단되는지에 따라 한 학생의 학교생활과 미래의 일부가 결정된다. 그 문 앞에 변호인이 설 수 있는지 여부는, 변호사 직역의 문제가 아니라 학생의 절차적 권리의 문제다. 이 점이 분명히 인식될 때, 비로소 학교폭력 절차는 자기 무게에 합당한 성숙을 갖추게 될 것이다. 본 시리즈의 앞선 글들에서 다룬 절차별 쟁점도 결국 한 가지로 수렴된다.

절차의 형식은 행정이지만, 결과의 무게는 형사에 가깝다. 그 문 앞에 변호인이 설 수 있는지 여부는, 변호사 직역의 문제가 아니라 학생의 절차적 권리의 문제다.

법무법인 화온 · 오정환 대표변호사 · 경인미래교육신문 [오정환 변호사의 학교폭력 #9] 2026.5.25 기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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