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없는 강제추행 사건, 변호인이 가장 먼저 보는 것
강제추행 사건에서 "진술뿐"이라는 말을 들으면 변호인의 시선은 두 곳을 동시에 본다. 의뢰인의 얼굴, 그리고 그 사건이 놓일 법정이다.
얼마 전, 한 의뢰인이 첫 상담에서 카카오톡 화면을 펼치며 "이걸 봐주세요"라고 했다. 사건 다음 날 오전, 두 사람이 평범한 안부를 주고받은 흔적이 거기 있었다. 그 한 장이 결국 사건의 결을 가른 자료가 되었다. 형법 제297조와 제298조의 경계 위에 놓이는 사건. '강제추행이든 강간이든 객관적 증거가 부족한 사건 '의 출발점은 자주 이렇게 시작된다.
행위는 있었으나 합의된 관계였다고 믿는 의뢰인. 그러나 상대의 진술 외에 다른 증거는 보이지 않는 상황. 강제추행변호사를 찾는 분들이 첫 상담에서 가장 먼저 꺼내는 호소다. 진술 대 진술 사건에서, 변호인이 가장 먼저 보는 것은 무엇인가.
강제추행, 진술의 일관성만으로는 유죄가 되지 않는다
흔히 이런 말을 듣는다. "피해자 진술이 일관되면 그것만으로 유죄가 된다." 일부는 사실이고, 일부는 오해다.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은 피해자 진술이 일관·구체적이고 허위 진술의 동기가 보이지 않으면 그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그 다음이 본질이다.
대법원 2024. 1. 4. 선고 2023도13081 판결은 성범죄 사건에서도 무죄추정의 원칙이 성인지적 관점 위에 설 수는 없음을 분명히 했다. 피고인이 부인하며 유리한 증거를 제출한 경우, 그 증거만으로 피고인의 주장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이유로 유죄를 선고하는 것은 무죄추정과 검사의 증명책임에 반한다고 판시한 것이다.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더라도, 객관적 정황·경험칙에 비추어 합리적 의심이 남는다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
진술이 일관된다는 사실과, 그것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증명에 이른다는 판단은 다른 차원이다. 강제추행 변론의 본질은 그 차이를 정밀하게 다투는 일이다.
강제추행 변론에서 변호인이 가장 먼저 보는 세 가지
진술뿐인 강제추행 사건에서 변호인이 첫째로 살피는 것은 사건 전후의 메시지·통화·SNS 흐름이다. 만남이 시작된 경위, 사건 직전의 대화 분위기, 헤어진 직후의 톤, 며칠 후의 연락 패턴. 이 흐름은 합의의 유무를 직접 말해주지는 않지만, 두 사람이 어떤 관계에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객관적 정황 증거가 된다.
둘째는 시간선이다. 첫 만남부터 사건 시점, 상대가 신고에 이르기까지의 흐름을 분 단위로 재구성한다. 사건 직후의 행적·동선·만난 사람이 진술의 합리성을 검증하는 축이 된다. 같은 공간에 있었다는 사실보다, 그 시간이 어떤 경로를 거쳐 흘러갔는지가 결정적인 사건이 적지 않다.
셋째,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것은 의뢰인 자신의 진술이다. 의외로 들릴 것이다. 그러나 진술 대 진술 사건에서 변호인이 가장 먼저 의심해야 할 진술은 상대의 진술이 아니라 의뢰인의 진술이다. 의뢰인이 잊은 부분, 빼고 말한 부분, 자신에게 유리하게 다듬은 부분이 그대로 변론에 들어가면 법정에서는 가장 약한 지점이 된다. 변호인의 첫 책임은 그 약점을 먼저 마주하는 일이다.
성추행 기준이 되는 폭행·협박은 대법원 2023. 9. 21. 선고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로 종래 최협의설이 폐기되었다. 이제 강제추행죄 폭행·협박은 형법상 폭행죄·협박죄와 같은 의미다. "강하게 제압하지 않았다"는 항변만으로 다투기 어려워진 만큼, 다툼의 무게중심은 "동의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맥락"으로 이동했다.
"진술과 진술이 부딪치는 사건에서, 변호인이 가장 먼저 의심해야 할 진술은 의뢰인의 진술이다.
그 의심을 통과한 변론만, 무죄에 닿는다."
— 천재필 대표변호사 · 법무법인 화온 (사법시험 수석 · 前 서울고등법원 재판연구원)
"합의였다"는 강제추행 변론, 결국 닿는 곳
의뢰인이 가장 답답해하는 대목은 여기다. "분명히 합의된 관계였는데, 그것을 어떻게 증명하나." 형사 절차상 검사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강제성을 증명해야 하지, 피고인이 합의를 입증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합의의 맥락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자료가 무죄 판단의 결정적 축이 된다.
강간죄의 경우 폭행·협박에 관한 최협의설이 아직 폐기되지 않아,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였는지 자체가 다툼의 영역이다. 강제추행은 그 한계가 낮아진 만큼 동의의 맥락이 더 결정적이다. 어느 쪽이든 "합의였다"는 주장은 본인의 진술 반복으로 입증되지 않는다. 두 사람의 상호작용이 합의된 토대 위에 놓여 있었음을 보여주는 객관적 패턴, 즉 자발적 동행, 친밀한 대화의 흐름, 사건 직후의 평온한 연락을 정밀하게 짜는 일이다.
앞서 언급한 의뢰인의 카카오톡 화면이 결정적이었던 이유도 거기 있다. 그 메시지는 "합의된 관계였다"는 직접 증거가 아니다. 그러나 사건 다음 날 오전 두 사람의 대화 흐름에는, 강제추행을 당한 직후의 사람이 보일 만한 어떤 흔적도 없었다. 합리적 의심은 그 빈 틈에서 자란다.
강제추행 무죄에 닿는 길은, 의뢰인의 결백한 진술을 반복하는 일이 아니다. 사건의 객관적 맥락을 정밀하게 재구성하고, 의뢰인의 진술을 가장 먼저 의심해 본 변호인이 그 의심을 통과한 다음 합리적 의심을 정직하게 제기하는 일이다.
형사 사건의 변론은 처벌의 무게를 줄이는 일이 아니라, 직업·가족·평판이 얽힌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보는 일이다. 의뢰인의 인생 전체를 보는 변론이라는 화온의 결은, 진술뿐인 사건에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 주제의 실무 절차—초기 대응의 시점, 진술 준비의 원칙, 메시지·통화 자료 정리 방법—는 성범죄 가이드에서 정리한다.
법정에서 진실은 사실로 가려지지 않는다. 합리적 의심으로 가려진다. 무죄의 자리는, 의뢰인을 믿는 변호사가 아니라 의뢰인의 사건을 의심해 본 변호사가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