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자 승계 조건 매매, 대출금채무 인수는 어디까지인가
승계 특약은 특별한 약정이 없으면 면책적 채무인수가 아닌 이행인수로 본다. 대출금채무 인수를 잔금 지급 방법으로 정했더라도, 특별한 약정이 없으면 매도인을 채무에서 벗어나게 하는 인수로 해석되지 않는다. 은행의 채무자 명의가 그대로여도 매수인이 자기 분담분을 갚았다면 반대급부는 이행된 것으로 평가된다.
잔금을 대출금채무 인수로 갈음했다면 이행인수로 본다
매수인이 매매목적물의 근저당 피담보채무를 떠안으면서 그 금액을 매매대금에서 빼기로 약정한 경우, 다른 특별한 약정이 없는 이상 그것은 매도인을 면책시키는 채무인수가 아니라 이행인수로 해석된다.
이것이 대법원 1993. 2. 12. 선고 92다23193 판결이 정리한 원칙이다. 이행인수는 매수인이 매도인에 대해 그 채무를 갚아 주겠다고 약속하는 것이고, 채권자인 은행과의 관계에서 채무자가 바뀌지는 않는다. 채무자를 바꾸려면 민법 제453조(채권자와의 계약에 의한 채무인수)나 민법 제454조(채무자와의 계약에 의한 채무인수)가 정한 대로 채권자가 계약 당사자가 되거나 승낙을 해야 한다.
두 인수의 차이는 매수인이 무엇을 증명해야 하는가에서 갈린다. 면책적 인수라면 매수인은 은행이 승낙했다는 사실을 대야 하고, 그 승낙이 없으면 잔금을 안 낸 사람이 된다. 이행인수라면 매수인이 댈 것은 자기 분담분을 갚았다는 기록뿐이다. 같은 계약서 한 줄을 어느 쪽으로 읽느냐에 따라 증명의 무게가 반대편으로 옮겨 간다.
명의가 안 바뀌는 세 가지 이유
대출금채무 인수를 약정하고도 은행 채무자 명의가 그대로 남는 데에는 대개 세 가지 이유가 있다. 매수인이 게을러서가 아니다. 나는 승계 조건 매매 사건마다 아래를 다시 만난다.
민법 제357조(근저당)가 정한 근저당권은 담보 한도액만 정해 두고 실제 채무액은 계속 변한다. 10년 넘게 이어진 거래에서 대환이 몇 차례 있었다면 계약 당시의 채무와 현재의 채무는 이미 다른 것이 된다. 이 상태에서 매수인에게 면책적 인수를 요구하는 것은 할 수 없는 일을 요구하는 셈이다.
자기 몫을 갚았다면 반대급부는 끝난다
대출금채무 인수가 이행인수로 해석되는 순간, 매수인이 무엇을 해야 이행한 것이 되는지도 함께 정해진다. 채무자 명의 변경이 아니라 자기 분담분의 변제다.
이 차이가 매수인이 짊어질 부담을 바꾼다. 명의 변경을 기준으로 삼으면 매수인은 은행과 매도인 양쪽의 협조가 있어야만 의무를 다할 수 있고, 둘 중 하나가 움직이지 않으면 영영 잔금 미납자로 남는다. 변제를 기준으로 삼으면 매수인이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된다. 법원이 이행인수 법리를 택하는 이유도 그 편이 계약의 목적에 맞기 때문이다.
자기 분담분을 갚은 매수인 한 사람. 그 사람의 반대급부는 그것으로 끝난다
은행에 직접 갚았든 매도인에게 건넸든 · 이행인수에서 평가 대상은 변제의 실질이다매수인이 여럿이라면 각자의 분담분은 지분에 따라 나뉜다. 3명이 균등하게 샀다면 3분의 1씩이고, 5명이라면 5분의 1씩, 2명이라면 2분의 1씩이다. 자기 몫에 해당하는 대출 원리금을 갚아 온 매수인은 그 범위에서 대출금채무 인수 의무를 이행한 것이고, 민법 제536조(동시이행의 항변권)를 근거로 한 매도인의 등기 거절은 그 매수인에게 미치지 않는다.
"융자 승계는 계약서에서 한 줄이지만, 그 한 줄이 매수인의 십 년을 결정한다. 나는 이 유형의 사건에서 은행에 먼저 물어본다. 명의를 바꿀 수 있었는지, 애초에 받아 줄 수 없는 구조였는지. 그 답이 이행인수인지 면책적 인수인지를 가른다."
이보미 파트너변호사
한 가지 더 짚어 둘 것이 있다. 매도인이 계약 뒤에 선행 근저당을 말소하고 더 큰 한도액의 근저당을 새로 설정했다면, 매수인이 인수할 대상 자체가 사라진 상태가 된다. 민법 제568조(매매의 효력)가 정한 재산권 이전의무는 그대로 남아 있으므로, 매수인은 지분이전등기를 먼저 구하고 새로 설정된 담보의 부담은 사후 정산으로 다투는 순서를 택할 수 있다. 등기를 받아 두는 것과 담보를 걷어 내는 것은 별개의 청구다. 두 청구의 순서와 준비 자료는 공동매수 토지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 가이드에 절차 순으로 적어 두었다.
